[졸속 규제에 멍드는 게임업계] <하> 게임은 유기체 ‘자율규제’로 해법 찾아야
2014-03-10 14:50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치권에 맞서 게임업계가 주장하는 대안은 ‘자율규제’다.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술적, 문화적 대비를 게임 업계와 유저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것이 ‘자율규제’의 핵심이다.
이미 게임 시장에서는 이런 ‘자율규제’가 어느 정도 시행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이른바 ‘피로도’라는 개념을 도입, 유저의 플레이 시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경험치 감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지나친 몰입을 예방한다.
모바일게임은 더욱 과감하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소위 ‘하트 시스템’으로 불리는 프로세스를 장착하고 있는데 플레이를 할 때마다 일정량이 소모돼 자체적으로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초기 대표적인 유료화 모델로 인식됐던 ‘하트 시스템’은 지금은 다른 유료화 모델들이 보강으로 과몰입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높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셧다운제’다. 특정 시간대에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지만 정작 효율은 거두지는 못한 채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이라는 부가적인 문제만 양산했다. 게임 업계의 ‘자율규제’를 지원했더라면 보다 현실적인 제도 도입이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이 표출되는 이유다.
게임인재단 남궁훈 대표는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규제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게임 스스로 자정능력을 충분히 확보한만큼 믿고 맡기는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는 “제도적 차원의 자율규제를 넘어 게임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며 “게임개발자연대는 개발자들의 올바른 윤리 개념 성립을 위한 내부 작업을 비롯해 학부모와 선생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게임 사용법과 관련된 교육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밝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게임규제 법안들은 무엇보다 게임 업계의 ‘자율규제’ 움직임 자체를 봉쇄하고 규제 만능주의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런 규제 정책들이 게임 업계의 창작 의지와 독립성을 침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한다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에도 역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과 손인춘 의원의 ‘매출 1% 중독법’에 이어 최근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하나님 이외의 것에 얽매이는 것이 바로 중독”이라며 종교적 논리로 게임 규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논란을 낳았다. 게임을 게임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왜곡된 논리 탓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게임인들의 자율성의 의거하는 ‘자율규제’ 필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인 규제 정책들이 오는 4월 입법절차를 예고하면서 게임업계와 정치권의 갈등은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게임 산업의 육성과 창조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게임을 유기체로 인식,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