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실적은 실적, 배당은 배당?'

2014-03-06 16:15
외환은행 1주당 배당금 전년 대비 140% 급등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한 배당금을 받는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 5일 보통주 1주당 약 120.07원을 현금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금은 약 774억원으로 모두 대주주인 하나금융에 지급된다.

이는 지난해 현금배당보다 3배 가까이 급등한 규모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3월 상장폐지를 앞두고 1주당 50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당시 외환은행의 전년 실적은 6258억원으로 2011년 1조6221억원 대비 61.4% 급감했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4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2% 감소했지만, 올해 1주당 배당금액은 140% 늘었다. 외환은행은 과거 론스타 시절 주당 1000원 안팎의 배당을 실시해 '먹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론스타는 2011년 외환은행 이사회를 통해 1주당 580원을 배당키로 결의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850원으로 인상했다. 외환은행 매각 직전에 배당한 금액은 약 9738억931만원으로 1주당 배당금이 1501원에 달한다.

2012년 외환은행 인수로 지분 60%를 보유하게 된 하나금융은 1주당 배당금을 50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소액주주에 대한 권익 차원에서 하나금융을 제외한 소액주주에게만 배당을 실시키로 했으나 주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이를 번복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총 19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당시 주총에서 개인주주들이 대폭 축소된 배당금에 대해 항의하자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 주주들은 타행 대비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이라며 "고배당 정책이 이뤄진 기간이 포함된 3년간의 배당을 포함하면 배당총액은 타행 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고배당 정책 때문에 (외환은행의) 자기자본이 늘어나지 못했다. 장기발전을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커야 한다"며 축소된 배당금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후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뒤 진행된 첫 배당에서 1주당 배당금 규모를 늘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의 경우 외환은행의 2012년 실적이 전년 대비 60%가량 급감한 데다 그동안 론스타 체제에서 진행된 고배당 정책의 후유증을 씻어내기 위해 배당 규모를 축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해도 지난해 실적 하락에 비해 1주당 배당금 규모가 늘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 시절처럼 고배당은 아니지만 전년 대비 배당금 규모가 대폭 늘어 다른 차원의 고배당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