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품질경영 문제있다…졸속 납품 전동차 미국이어 우크라이나서도 망신

2014-03-05 06: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국내 유일의 철도 차량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의 사태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불과 3년전 KTX-II(산천) 사태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경고’를 받았던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 전동차 사태를 맞은 지금도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동차 사업은 정 회장이 직접 키워낸 것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이런 현대로템이 정 회장의 ‘품질경영’에 대한 신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잇따른 사고로 지난달 운행을 중단시킨 현대로템으로부터 도입한 전동차에 대한 프레임의 균열에 대한 1차 원인조사 결과 현대로템의 설계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문제가 된 전동차 10편(90량)을 운행 중단이 아닌 철수시키는 한편, 다른 전동차에 대한 운행 중단도 유지키로 했다. 2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추가 원인조사가 1차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나올 경우 현대로템은 보증절차에 따라 열차를 수리해줘야 한다. 우크라이나측은 차량을 반환받기까지 최대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결함이 운행에 심각하다는 판단에 이를 경우 현지 시장에서 완전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용 부담을 넘어 전동차 세계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중인 현대로템으로서는 ‘품질 불량’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어 글로벌 사업 전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전동차 성능 결함이라고 보기에는 현대로템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철도청이 현대로템으로부터 수입한 교외선 전동차 10편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기까지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특급(Ukrainian Express)이라고 이름 붙여진 해당 전동차는 유로컵 개최 4대 도시를 연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최고 속도 160㎞, 계약 금액은 총 3500억원에 이른다. 유로 2012 축구대회(유로컵) 개막을 앞둔 2010년 11월 우크라이나와 현대로템·현대종합상사 컨소시엄간 계약을 통해 이듬해 12월 초도 물량을 공급했다. 계약체결 후 1년 만에 공급까지 이뤄진 것으로, 당시 회사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졸속 납품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납품 직후인 2012년 6월 및 7월 시운전 과정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더니 유로 2012 잉글랜드-프랑스전을 앞두고 관람객들을 운송하던 열차가 운행이 중단됐다. 이해 현대로템이 납품한 전동차의 고장 횟수는 총 20회에 이르며 국민들의 불만을 증폭시켰고, 2013년 1월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전동차 운행 지연으로 피해를 본 승객들에게 10만달러를 보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열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프레임 균열 사태가 벌어져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운행 중단 및 전동차 철수라는 ‘초강수’를 빼낸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측에 빠듯한 납품기한으로 인해 제대로 주행평가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1년 12월 회사는 국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동차 사업은 독립국가연합(CIS) 철도환경 특성인 영하 40도의 극한 온도조건, 1520mm 광궤 대차적용 등 현지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자랑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또한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측에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해 놓고선 국내 언론에는 “기후 및 선로 등 철도차량의 현지 운영 조건으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철도사업 관계자는 “개인 소유물인 승용차는 결함이 발생되면 리콜을 하면 된다. 하지만 전동차는 국가 기관이 운영하고 전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재로 안전과 안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이의 선행조건은 품질이다”며, “이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현대로템은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사태의 핵심을 도무지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동차를 생산한 시기가 KTX-II 산천 사태가 발발했던 때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앞으로 이 시기에 생산돼 운행중인 또 다른 전동차가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로템은 “현재 차량은 수리 중에 있으며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영업운행을 재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008년 현대로템이 미국 보스턴에 납품한 열차에서 문짝, 에어컨, 브레이크, 엔진 등 여러 부문에서 총체적인 결함이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