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민영화 논란 재점화

2014-03-04 09:45
공기관 정상화, 민영화가 최종 목적
실속있는 개혁 위해 불가피 주장도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가 공기업 정상화의 일환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잠잠했던 민영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영화는 없다”고 못 박은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생산성 개선으로 ‘경쟁체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제4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일도 적극 추진할 때”라며 “상반기 중에 공공기관 건전성과 생산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개혁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첫 번째 핵심과제”라며 “이것이 공공기관 개혁의 끝이 아니고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 공공기관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는 과다부채와 방만경영 해결이 우선이지만 궁극적으로 이를 통한 공공기관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든 상황에서 공공기관 체질 개선이 지금 추진 중인 중점관리대상 이외에 낙하산 인사와 민영화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이 가운데 낙하산 인사는 정부의 평가 시스템에 의해 손질이 가능하다. 정부 스스로 낙하산 인사 근절 매뉴얼을 만들 정도로 의지가 높은 만큼 향후 개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공공기관 민영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팽팽한 민영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에서는 민영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궁극적인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영화가 최종 목적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공기업 정상화가 소리만 요란 할 뿐 실속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창규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공기관을 아무리 잘 제어한다고 해도 서로 경쟁하는 민영화 기업보다는 못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민영화를 하는 방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공공기관 문제가 거론되면 정부는 가장 본질적 부분은 놔두고 지엽적인 문제만 다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확보”라며 “민영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는 대한항공”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한공 이외에 인삼공사, 포스코, KT의 경우도 민영화 성공사례로 꼽힌다. 인삼공사의 경우 전형적인 정부에 의한 하향식 민영화 방식이 채택됐지만 다른 사기업보다 앞선 조직문화와 구성원들 의식을 바꿔 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오너 경영이 대부분인 한국사회에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책임 경영이 어렵다는 점에서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KT 이석채 회장 중도 퇴진도 대표적인 오너리스크라는 시각이다.

공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민영화 기업들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책임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정부 입김에 쉽게 휘둘리거나 최고경영자가 단기성과에 매달려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