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기황후' 하지원의 모성애는 어디에? 출산·임신 숨긴 채 새출발
2014-03-04 09: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하지원이 불사조 같은 아들을 낳고 백진희에게 빼앗기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것을 잊은 것일까?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잊고 새로운 남자와 새 출발을 하려 한다.
3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기재인(하지원)이 왕유(주진모)를 오해한 채 황제 타환(지창욱)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환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승냥이 먼저 다가오자 기뻐했다.
앞서 승냥은 왕유가 타나실리(백진희)의 편에 서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에 대해 크게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 승냥과 타환의 목숨을 구해준 실질적인 인물은 왕유였다.
목욕재계하고 타환을 기다린 승냥은 "불을 꺼달라"고 말했고 타환은 "이제 너 때문에 아파하지 않아도 되느냐. 날 설레게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첫날밤을 보냈다. 그리고 그대로 임신이 됐다.
앞서 지난 1월20일 방송분에서 승냥은 홀로 외롭게 왕유의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염병수(정웅인) 일당에 의해 아이를 잃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 아이는 다행히 목숨을 구했지만 끝내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나실리(백진희)가 제 아들인 양 키우고 있는 상황.
하지만 평소 그렇게 의리가 넘치고 정의로운 승냥이 어째서 아기를 잊은 채 황제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지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45일 전만 해도 자신의 아이를 잃고 엄마의 뜨거운 눈물을 흘린 승냥이 임신과 출산의 사실을 숨긴 채 황제의 아기를 다시 임신했다. 처음 낳은 아기는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낸 듯 아이를 그리워하는 한마디 말조차 없다.
'기황후'를 현대극으로 따져보자면 과거를 숨긴 채 재벌집 아들과 새 출발을 하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야말로 '막장'이다.
역사왜곡 논란과 함께 휘청거리는 시작을 보인 '기황후'는 반환점을 돌아 마무리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만 높으면 된다는 듯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막장'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기황후'는 이미 충분히 많은 논란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