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안양옥 교총 회장 "교육부 2중대 이미지 탈피 노력…교육감 직선제는 헌법 위배"
2014-03-03 10:27
하지만 최근 들어 고고하게 점잔만 빼던 교총이 달라지고 있다. 70년 가까이 고수해왔던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건 안양옥 회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들과 의견을 적극 주고 받고, 일부 쟁점에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앙숙'으로 여기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한목소리를 내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공동 대응하는 장면은 이색적이다 못해 파격으로까지 여겨진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안 회장은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간다)"이라고 말한다. 과거 교원들이 자신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 그리고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불태웠던 그때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의 일환인 것이다.
공교육이 위기에 처하면서 교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이 많아지는 현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삼겠다는 안 회장의 돌파 방법인 것이다.
일선 학교 체육교사 출신으로 밑바닥부터 올라오며 쌓인 그만의 통찰과 소신, 돌파력으로 교육의 비정상화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노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어떤 점이 지지의 비결이라 보는지.
"여러 요인이 있는데, 일단 외람되지만 내가 (교총)진성회원이라 그렇다. 그렇기에 '회원이 주인 되는 강력한 한국교총', '선생님이 주인 되는 강력한 한국교총' 슬로건이 잘 먹혔다. 지난 임기 때 전국을 세 바퀴 돌며 현장 중심으로 일하며 선생님과 호흡했다. 직선제 회장으로 상근 체제를 처음으로 했다. 과거 역대 회장은 비상근 체제였다. 지금 교총이 많이 변화했다. 회원들은 물론 사무국도 변하고 있다. 교원들도 교총이 이제 제 역할을 하고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예전엔 교육부 2중대 역할이라는 비아냥뿐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에 전략 공천됐었고, 나가면 무조건 당선되는 분위기였는데 내가 고사했다. 임기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했는데 그 모습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아직 나이에 여유가 있어 그런 건 아닌가.
"임기를 마친 뒤 정치권에서 요구하면 교육계의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1년 반 전 공천받았을 때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가 식물상태라 국회의원이 돼봤자 들러리 서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겨 교총 회장을 하는 것과 고민을 했다. 그러다 선생님들을 지켜주는 본연의 역할을 선택했다. 결과론적으로 내 자신 힘이 들지만 선생님들 지지 보내주고 성원을 보내주니 힘이 났다. 다만 교육감 선거 때문에 정치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 상황이 나중에 국회에 가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정책과 법이 교원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을지 준비하는 훈련인 것 같다. 또 회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개인 선호도 관계없이 살신성인할 준비도 돼 있다."
-교총은 원래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진보 측인 전교조와 뜻을 같이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과거 교총이 현장의 목소리보다 고공 플레이를 했다. 특히 교육부와 관련해서 많이 따라갔다. 그래서 많은 교총 회장들이 교육부 장관하고 사무국 일도 하고 그랬다. 그것이 내가 회장이 된 이후 바뀐 부분이다. 현장 중심과 교사 중심으로 말이다. 교육부 관계에서도 선택적으로 파트너십을 취하고 무조건 같이 가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간단체로 선도해야 한다는 노력이다. 과거 양극화된 정치 정권에 따라 교원단체가 보수와 진보로 나눠지긴 했는데, 내 스스로 교총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중도라 하고 싶다. 좌우 모두 아우르고 대도무문으로 교육정책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좌우가 자꾸 대립하다 보니 똑같은 목소리만 내놓는다. 나는 중앙을 통과하려 하는데, 이게 교육의 본질이다. 때론 전교조 정책이 본질적으로 맞을 수 있다. 그들이 우리가 못 내는 목소리를 낼 때가 있다. 그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본다. 전교조 벤치마킹은 아니고 과거 대한교련 시절부터 선배님들이 진보 성격이 강했다. 원래 진보는 우리가 원조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를 잊었다. 최대 교원조직이 되고 교육부에 종속화되다 보니 극단적 수구화가 이뤄졌다. 그래서 제자리를 찾자는 것이다. 최근 사상 최초로 전교조 위원장이 교총을 방문한 것도, 내가 만들었다기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 정략이든지 한시적이든지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총 내부 교원들도 거부하지 않고 언론들도 크게 지지하진 않았지만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동안 교육자치 분야의 연구를 충분히 해왔다. 교육감 선거, 거버넌스 체제 구축 역사성 등 국내외 연구를 살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수장들이 어떻게 선발되어야 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국회의원들이 모른다. 주로 의원들은 일반 행정학자들의 목소리에 경도됐다. 교육수장을 뽑는 방식에는 임명과 선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과거 우리 전통은 임명제였는데 민주화 이후 직선제로 바뀌면서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정치적 행위다. 헌법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하고 있다. 어떤 게 정치적 중립에 가깝나. 임명이 그렇다. '임명을 하면 정권에 종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데, 이 경우 정권으로부터 독립을 어떻게 시키는가를 연구하면 된다. 그건 일본의 경우 잘 돼 있다. 시·도지사가 임명하되 임기도 보장한다. 우리나라는 검찰청장 임기도 보장 안 한다. 그러니 정치로부터 독립을 못 한다. 원칙적으로 검찰총장이나 교육감이나 전문성으로 따지면 같다. 그런데 교육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 안 한다. 직선제는 물론 민주적인이긴 한데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보호해줘야 할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있다. 이게 위헌성이다. 그래서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임명제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정략적 목표와는 다른 나의 원리적 목표다."
-한국사 교과서 사태, 어디가 가장 문제였다고 보는가.
"교육부의 존재 이유는 성장기에 배워야 할 교육에 있다. 교육과정이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데 교육부가 언제부터 관료 중심으로 바뀌었다. 교육부에 교과서 편수기능이 있었는데 이걸 외부에 줘 속 빈 강정이 됐다. 교육부는 돈으로 관리만 하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하는 게 편하긴 했을 텐데, 엄청난 과오다. 교육부가 해야 할 역할을 포기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학자들마다 편향된 시각이 있는데, 공통기준을 교육부가 만들어야 했다. 재정립해야 한다. 좌우 막론하고 교과서는 경쟁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 나가야 하지 않겠나.
"왜 안 나가고 싶겠나. 나가고 싶은 욕구는 200%다. 하지만 지금 교총을 변화시키고 있고, 교총 회장직을 수행하며 기여하는 게 많다. 보수진영 후보 난립의 역기능을 누가 조율할 수 있겠는가. 외람되지만 지금 상황에선 나밖에 할 사람이 없다. 언젠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기는 내가 하겠다고 생각해서 나가는 건 아니다. 지금 출마는 아닌 것 같고, 때를 기다리겠다. 나는 운명론자다."
대담=양규현 정치경제부 부국장
정리=한병규 기자
사진=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