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사태 긴급회의 소집, 우크라이나-러시아 군사 충돌 우려 고조

2014-03-02 15:29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으로 정권이 교체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군사 충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AP, AF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로 자국 병력을 대규모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상원에 요청했고 상원을 이를 승인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전면 경계 태세에 돌입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 크림린궁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상원에 군사력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조성된 비상 상황과 러시아 주민 및 교포, 크림 자치공화국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의 생명에 대한 위협을 고려해 헌법 제1조에 근거해 정치·사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 사용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말했다.

상원은 이날 비상회의를 개최해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 요청을 승인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군사력 사용 승인 결의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려면 상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상원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승인해 이제 푸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밤 우크라이나 TV 생방송에서 “잠재적인 침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군대에 전면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며 “원자력 발전소와 공항 등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러시아 정부가 우려하는) 러시아인과 러시아계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처한 위험에 대한 해명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군사 개입은 전쟁의 시발점이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를 끊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며 크림 지역에서 러시아 병력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한 90분간의 통화에서 크림반도에서 군 병력을 철수시키고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러시아의 계속된 위반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며 이해 당사자들이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막아 달라"며 안보리에 긴급회의를 요청해 개최됐다.

A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일 "러시아가 6000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 자치공화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고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크림반도 파견관인 세르게이 쿠니친이 자국 TV 방송 ATR과의 인터뷰에서 “13대의 러시아 항공기가 각각 150 명의 병력을 태운 채 크림반도 심페로폴 인근 그바르데이스코예 공항에 착륙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