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강박장애' 시달린다...취업난 등 쌓이는 스트레스

2014-03-03 07:41

강박장애 성별 진료인원 및 총 진료비 추이 (2009~2013년)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 취업준비생 이모씨(28)와 김모씨(27)는 오늘도 함께 포장마차로 향한다. 연이은 낙방으로 술로 스트레스를 풀기위해서다. 벌써 세 번째 불합격 통지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술을 마실 때는 기분이 좀 풀리는 듯했지만 다음 날이 되면 과음으로 인한 숙취와 취업스트레스가 반복될 뿐이다.

# 졸업을 앞둔 윤모씨(27‧여)는 최근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고급 승용차 수십 대를 돌로 긁어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조사에서 취업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술기운에 일을 저지른 것이다. 윤씨는 “술을 마시고 나니 연이은 낙방으로 인한 취업스트레스가 몰려와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알코올을 찾는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과도한 취업 경쟁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중독물질을 통해 스트레스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 ‘강박장애’ 환자 20~30대가 45.2%

불안에 시달리는 ‘강박장애’ 환자 2명중 1명은 20~30대의 젊은층이다. 치료받지 않는 경우 불안이나 집중력장애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학업이나 사회생활에서 매우 뒤쳐지게 된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최근 5년간(2009~2013년)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결정자료를 이용해 ‘강박장애’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2만1000명에서 2013년 2만4000명으로 5년간 3000명(13.1%)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진료비는 88억원에서 112억원으로 5년간 23억원(26.6%)이 증가했다.

강박장애 진료인원의 연령별(10세 구간) 점유율은 2013년을 기준으로 20대가 24.0%로 가장 높았고, 30대 21.2%, 40대 16.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환자가 전체 진료인원의 45.2%를 차지했다.

전문의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20~30대의 젊은층 환자들이 많은 이유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임신‧출산 등의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일종의 불안장애다. 강박사고란 자신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반복해서 떠오르는 생각으로 안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고, 다시 하게 돼 괴로워한다. 더 큰 문제는 강박생각과 함께 강박행동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강박행동은 강박생각으로 생기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하는 행동으로 안 하려고 참게 되면 점점 더 불안해져 결국은 해야지 마음이 놓이는 행동이다.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아서 자꾸만 손을 씻는 등의 강박행동도 그래서 나타난다.

◆ 치료가능성↑... 조기진단‧치료 중요

올 초 개봉한 영화 ‘플랜맨’은 매사에 계획을 세우고 사는 시간 강박장애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다. 한정석(정재영 분)은 1분 1초를 모두 계획대로 사는 남자다.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모든 일상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에 멜빈 유달역으로 나오는 잭니콜슨의 연기는 강박장애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잘 보여준다.

강박장애 증세가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인 멜빈 유달은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며,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그들을 비꼰다.

길을 걸을 땐 보도블럭의 틈을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뒤뚱뒤뚱 거린다. 식당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항상 몸속에 품은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를 한다.

강박장애는 유전적‧생물학적‧정신사회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예전에는 치료가 잘 안 되는 신경증 중에 하나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치료제가 나온 후로 비교적 치료가 잘 된다. 따라서 강박증이 있는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부속 매사추세츠병원 등이 난치성 강박장애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 결과 수술을 통해 심각한 부작용이 없이 치료가 가능함을 밝히기도 했다.

장진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전에 딱히 치료법이 없이 자포자기 했던 난치성 강박장애환자들에게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기존의 의학적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정확한 진단법의 개발과 함께 치료방법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