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가 채무 초과로 일본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을 계기로 인터넷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존속 자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록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는 중개업체의 시스템 부실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비트코인 자체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파문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본 국내외에서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도쿄신문은 1일 “마운트곡스 고객들의 피해를 변제할 방법이 없다”며 “일반적인 통화와 달리 국가와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자가 없는 비트코인의 문제가 선명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현재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마운트곡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만큼 앞으로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신용이 실추돼 이용자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마운트곡스에 비트코인을 예치해 온 일본디지털머니협회의 혼마 요시미쓰 대표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스크가 높은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방법이 없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적절한 규제를 하기 바란다”고 당국에 요청했다.

아사히 신문은 “비트코인의 거래 규모가 세계 최대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마운트곡스의 파산 소식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언젠가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 ‘애초부터 이런 것은 화폐라고 부를 가치가 없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의 벤저민 로스키 국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마운트곡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이용자를 보호하고 업자에게 맡긴 자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에 사는 마운트곡스의 한 고객은 일리노이주 연방지법에 “자신이 2만5000 달러(약 27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있었다”며 마운트곡스와 이 회사의 미국 내 자회사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마운트곡스를 상대로 한 다른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마운트곡스는 지난달 28일 마크 카펠레스 최고경영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 기자회견에서 “시스템의 약점을 악용한 외부의 무단 침입으로 비트코인과 고객들의 예치금이 소실돼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다”며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고 시스템 무단 침입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운트곡스 본사는 도쿄에 있다.

현재 마운트곡스의 자산 총액은 약 38억엔(약 399억원)이지만 유동 부채 총액은 약 65억 엔(약 682억원)이다.

민사재생 제도는 법원 감독 하에 회사 재생 계획을 세워 회사를 살리는 제도다. 법원은 민사재생 결정이 날 때까지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가압류나 가처분 등의 보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마운트곡스는 26일 새벽 “사이트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당분간 모든 거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마운트곡스에 맡긴 비트코인 이용과 현금 인출은 불가능한 상태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신원미상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다.

발행 기관의 통제 없이 P2P(다자간 파일공유) 기술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익명으로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