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사실상 패밀리 CEO 전원교체 할 듯

2014-02-27 20: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다음달 취임을 앞두고 사실상 포스코 패밀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으로, 사장단 인사 후 이어질 임원인사의 규모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권 내정자가 주로 활동했던 포항제철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 것도 이번 인사의 한 특징이 될 전망이다.

27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공시한 포스코 패밀리 계열 상장사 6개사 중 5개사의 CEO가 물갈이 됐다. 이들은 3월 17일 열리는 주총을 통해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동희 부회장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에는 전병일 사장(영업2부문장)을 임기 2년의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한다.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10월 포스코에 회사가 인수된 후 대우 출신 내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CEO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포스코는 “능력 있는 인재를 그에 걸맞는 자리에 앉히겠다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종합무역상사라는 대우인터내셜의 조직 특성을 반영해 장악력이 높은 인사를 앉혀 효율적인 경영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수 5년째를 맞는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패밀리로서 상당 부분 동화가 됐으나 완벽한 물리·화학적 결합은 이루지 못한 상태다. 포스코는 전 대표를 통해 이와 같은 차이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진일 대표가 포스코로 사내이사로 선임돼 고향으로 복귀하는 포스코켐텍은 조봉래 포스코ICT 대표이사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포스코 재직 시절 파이넥스(FINEX) 연구개발 추진반장, 포항제철소장 등을 역임하며 신기술 개발에 능력을 보여 온 조 대표는 지난해 포스코ICT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조 사장의 이동으로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 된 포스코ICT는 이날 공시를 통해 전국환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 보임 때까지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포스코엠텍은 이경목 포스코건설 엔지니어링 실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 선임됐다. 포스코에서 광양생산담당 부소장,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철강사업 2실장(이상 상무)을 거친 그는 포스코건설로 이동했다.

유광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플랜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한다. 포스코에 입사 후 스테인리스스틸(STS) 부문을 담당해 온 유 대표는 2010년 포스코건설로 이동해 성장사업인 플랜트사업본부와 에너지사업본부를 담당하며 성과를 올린 뒤 2012년 3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신정석 포스코강판 대표이사 사장 6개 패밀리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에 재선임돼 1년 더 회사를 이끌게 된다.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 부총경리(상무), 포스코 탄소강본부장(전무)을 역임한 뒤 2011년 포스코강판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2년 3월 포스코강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한편, 비상장 계열사지만 매출 규모로 포스코 패밀리중 2위인 포스코건설과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핵심 포스코에너지도 다음달 14일 포스코 주총 및 이사회 후 CEO 교체가 확실시 된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후임으로는 김준식 포스코 성장투자부문장과 박기홍 기획재무부분장(이상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오창관 포스코에너지 사장의 후임에는 권 내정자의 태스크포스(TF)인 ‘혁신 포스코 1.0추진반’을 이끌고 있는 김응규 포스코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 패밀리의 주요 계열사 CEO가 전부 교체됨으로써 이어지는 사장단 및 임원인사도 대폭이 될 것이 확실하다. 권 내정자는 지난 24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사내등기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 및 기획조정실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의사결정기구의 효율적 운용을 추구하는 권 내정자는 자신의 뜻을 십분 이해하고 따라줄 수 있는 인사를 내정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취임 초기 대폭적인 인사를 통해 조직의 분위기를 새롭게 함으로써 조기에 패밀리 전체를 일신하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다만, 포스코 사내이사를 비롯해 6개 계열사 CEO들 모두 포항제철소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광양제철소측 인사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불안요소다. 광양제철소장 출신인 정준양 회장에 뒤를 잇는 만큼 포항 제철소 출신의 등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지만 예상보다 비중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