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오너 장기 부재에 경영 차질 불가피
2014-02-27 13:41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 최태원 회장 징역 4년 실형 확정
아주경제 채명석ㆍ정치연 기자 =SK그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SK그룹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재계도 서열 3위 기업 오너의 장기 부재에 우려를 나타냈다.
27일 SK그룹은 총수 공백 장기화에 따른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지연과 차질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SK 경영진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책을 논의했다. SK는 6개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 강화를 통해 경영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오너 중심의 경영이 특징인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너 부재의 영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추진 및 투자, 대규모 M&A 등 오너의 결단력이 요구되는 그룹의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SK는 최 회장 수감 이후 그룹의 중대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에는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중남미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반도체 사업 등의 추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오너의 판단없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 타이밍을 놓쳐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법정에 선 주요 그룹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의 선고에 재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한 판결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 살리기 기류와 반대되는 판결이 나와 당황스럽다"면서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까지 징역이 확정된 것은 재계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최 회장의 장기 실형 선고로 미래 신수종 사업 등 투자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 1부는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SK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징역 3년 6월이 확정됐다. 최 부회장은 횡령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