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월세 중심 시장 변화에 대응·수요 몰리는 전세 시장은 외면… '반쪽' 대책

2014-02-26 18:00
중산층까지도 월세 최대 75만원 지원, 전셋값 완화대책은 부족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월세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임대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체제를 갖췄다. 월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월세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임대주택 공급 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난을 감안해 자산 100조원 규모 주택기금의 출자·융자를 바탕으로 하는 리츠 설립방안이 본격 도입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세에만 수요가 몰려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정작 전셋값 완화방안이나 임차인을 위한 혜택은 보이지 않는 '반쪽짜리' 전월세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보면 우선 올 1월 이후 지급하는 월세분부터 월세 공제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토록 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원해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월세액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해 1년에 최대 75만원의 월세액을 지원해주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집주인 동의 없이 계좌이체 확인서만으로도 임차인의 월세 소득공제가 가능토록 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대인 절대 우위인 현재 임대차시장 구조에서 과연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할 세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로의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사전에 실태를 파악하려는 조치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금을 활용한 공공·민간리츠의 임대주택 공급은 수익성이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정부는 공공임대리츠의 경우 조성원가 이하로 택지를 공급하고, 주택가격이 13년간 연평균 1.5% 상승 시 출자수익률이 5% 이상 되도록 사업구조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민간제안 임대리츠는 집값이 상승하지 않아도 요구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하고, 추가 수익 발생 시 이익 일부를 우선주가 가져가는 구조를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은 LH의 기존 역할을 리츠가 수행토록 변경한 것으로, 기존 수요자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크게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연내 하남 미사지구와 동탄2신도시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만 있을 뿐 당초 목표보다 4만가구 추가 공급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세난 해소를 위한 단기 임대주택 공급방안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노후주택 재·개축과 판교신도시 순환용 임대주택 공급, 미분양 임대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량이 적어 전세난 해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공임대와 매입전세임대에 대한 세제지원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현재 월세시장도 과잉공급에 따른 공실 증가 및 임대료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동시에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공공성을 강화할 만한 '당근'으로 충분한지를 놓고 이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책 역시 상당 부분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통과 문제가 또 발목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개정해야 할 주요 법은 주택법(주택기금 리츠 출자), 리츠법(리츠 규제완화), 조세특례제한법(주택임대관리업 법인세 감면, 소득·법인세 감면, 월세 세액공제 전환), 지방세특례제한법(재산세 감면) 등이 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규제완화의 경우 야당측 반대가 심했지만 이번 대책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여서 호응하는 편"이라며 국회 통과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