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알고 보니 오래된 백화점?

2014-02-26 17:03

[사진=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박찬욱 감독이 극찬한 2014년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1930년대 유럽을 완벽하게 재현한 황홀한 미장센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의 죽음을 둘러싼 세계적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와 로비보이 ‘제로’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어드벤처.

감독 웨스 앤더슨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통해 유럽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호텔의 명성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호텔의 전성기인 1930년대, 그 이후 파시즘에 장악 당하는 모습, 그리고 공산주의 시대에 몰락하는 모습까지. 호텔은 시대에 따라 여러 변화를 거치게 되므로 제작진은 유럽적인 특징과 함께 시각적인 유연성도 엿보이는 장소를 물색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둔 곳은 유럽에 위치한 리조트와 호텔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철거 또는 대대적인 재건축 작업이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호텔 촬영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

그 대신 우연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을 발견했다. 제작진은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 텅 빈 백화점 안에 시대를 반영한 고풍스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세트를 지어,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이 펼쳐질 주요 무대를 완벽하게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외에도 괴를리츠에서는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에서 근대적인 아르누보의 곡선이 돋보이는 특색 있는 건축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주요 촬영지로 낙점됐다고.

다른 촬영도 모두 괴를리츠의 인근 지역에서 이뤄졌다. ‘체크포인트 19 감옥’은 1시간 거리에 있는 츠비카우에서, ‘멘들스 빵집’과 ‘미술관’은 드레스덴에서 찾았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소도구들은 주요 촬영지인 독일 동부 괴를리츠의 예술가와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제빵사의 조수인 아가사가 만드는 ‘코르티잔 오쇼콜라’는 그곳의 제빵업자 아네모네 뮬러 그로스만이 만들었고, 구스타브의 상징인 새끼 손가락 반지와 아가사의 포슬린 펜턴트도 같은 지역 예술가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괴를리츠의 주민들도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작은 도시에서 촬영한 덕분에 현지 주민들을 많이 알게 돼 직접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출연한 사람이 다음 날에는 다른 장면의 엑스트라로 나온다”고 이색 에피소드를 전했다.

전통이 살아있는 독일 지역 올 로케이션을 통해 낭만과 예술이 살아 숨쉬던 1930년대 전성기의 유럽을 스크린 위에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을 비롯해 랄프 파인즈 등 초호화 캐스팅에 웨스 앤더슨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놀라운 상상력과 탄탄한 스토리, 미스터리한 전개로 내달 20일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