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아베 정권] (중) 동북아의 ‘골칫거리’로 전락
2014-02-25 10:40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아베 정권이 출범하기 전까지 만 해도 동북아지역의 불안정 요소, 문제아는 늘 북한이었다. 그러나 그 부동의 자리를 일본이 넘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정착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 동안 동북아지역의 단골 ‘골칫거리’였던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때는 한국, 미국, 일본이 함께 머리를 맞대기도 했으나, 요즘은 ‘골칫거리’ 아베 정권을 경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고 미국도 일본과 거리를 두려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 미국 - 노골적으로 불만 표출
2013년 12월 26일 아베 신조 총리가 기습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주일미국대사관은 즉각 “실망했다(disappointed)”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실망했다”는 표현은 미일관계처럼 동맹국 사이에서는 상대국에 대한 불쾌감을 강도 높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공식입장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일본에서는 미국의 발표 주체 즉, 국무부가 아닌 주일미국대사관에서 발표한 것을 두고 “일본에 대한 배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미국 국무부가 성탄절 연휴로 업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사관측에 먼저 발표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햐쿠타 나오키 NHK경영위원은 지난 도쿄도지사 지원 유세에서 “미국의 원폭투하와 도쿄대공습은 대학살이며 A급 전범을 단죄한 도쿄재판은 이를 지우기 위해서였다”는 발언을 하자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이 발언을 문제 삼고 NHK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대사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딸로 주일대사 부임 당시 “공고한 미일동맹의 상징”으로 여겨져 일본 국민의 환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지금은 “실망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서슴없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제 미국 내에서의 일본의 로비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동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되자 주미일본대사는 총력적인 로비활동을 펼쳤고, 주지사에게 “법안에 서명할 경우 경제관계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협박성 서한을 보내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법안이 상정되고 통과되는 과정을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보는 전문가는 많다.
이렇게 오바마 정권과 미국의 여론은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미일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는 논조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 중국 - 국제사회에 호소
2월 19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 언론을 대상으로 “난징 대학살 기념관 투어”를 실시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일본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던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이 투어에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과 홍콩의 언론관계자 약 40명이 참가했으며 지난 1월에도 만주사변과 관련된 전시물이 있는 “9.18 역사박물관”에 외국 언론을 초대했다.
올해 초 중국정부는 하얼빈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건립했고, 일본의 대표적인 세균전 부대였던 ‘731부대’의 잔학 행위를 알리기 위한 전시시설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에 예정된 독일 순방에서 베를린의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 대학살) 추모관이나 '노이에 바헤 (Neue wache·전몰자기념관)'를 참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독일의 과거사 반성 현장을 찾는 것은, 아베 총리가 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일본과의 역사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계속되는 망언과 역사 왜곡 행태에 대해 조금씩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일본은 압박해나가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노선이 더욱 노골화될 경우 중국이 무역 제재 등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