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정호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 “한국 골프장산업은 위기…‘사치’ 인식 바뀌고 중과세 폐지돼야”

2014-02-25 09:19

 

박정호 회장



골프업계가 어렵다. 해외에서 승전보를 전해오는 선수들의 세계적인 기량과는 달리 골프장비나 골프장 업계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도 증가세를 멈췄다.

특히 골프장 업계는 부도·법정관리·인수합병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신설골프장들은 회원권 분양이 안돼 자금조달이 막혔고, 기존 골프장들은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요청이 러시를 이루면서 자금난에 봉착한 곳이 많다. 이러다가는 1990∼2000년대 일본 골프장업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걱정의 복판에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있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일부 대중 골프장도 포함) 사업주들의 모임인 협회는 골프장들의 애로와 불만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게다가 골프장과 골프장입장료(그린피)에 대한 중과세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정호 회장(66)도 중책과 부담에 짓눌린듯 편치 않은 표정이다. 첫 질문부터 업계 현안으로 했다.

‘한국 골프장 산업은 위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만, 우리 골프장산업은 위기가 아닌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골프를 ‘죄악시’하는 정부·정치권의 분위기와 이에 따른 ‘부자 스포츠 논쟁’ 등 한시도 편안한 적이 없었지요. 그러나 최근의 위기는 단순한 분위기가 아닌, 골프장 산업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할만큼의 구조적인 특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의 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최근 부도나거나 인수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골프장이 많습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급속한 공급확대가 있었던데 반해 수요가 따라주지 않았다는데 첫째 원인이 있습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경기 위축이 맞물려 어려움이 가중됐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회원권 권리보호 측면에서 법과 제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요청 사태는 골프장 영업환경의 악화와 연관돼 있습니다.정부의 중과세 정책 철폐 등으로 골프비용이 감소하고 영업환경이 호전된다면 회원권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어 이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회원제 골프장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중골프장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은데요.
“회원제·대중제를 구분하여 정부정책에 따른 이익이 어느쪽에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대중화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중골프장 확대라든지, 회원제 골프장 축소라든지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기계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는 비싸고 대중 골프장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허물어진지 오래됐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이 있어서 골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에 대해 자금력이 약한 골프장이 대처할 수 있는 길은?
“먼저 입회금 반환 대상 골프장이 다수가 아니란 점을 말씀드립니다. 반환 요구가 있으면 이에 응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골프장과 회원 양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골프장이 파산하면 사업자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원 역시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내장객 증가세가 주춤합니다. 골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원제 골프장들이 이용료(그린피·카트비·캐디피·음식료비 등)를 낮출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카트비와 캐디피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디피는 골프장 매출이 아닙니다. 또한 이미 출혈경쟁 단계를 넘어선 저가의 그린피를 가지고는 적자 행진이 불가피합니다. 현 수준의 이용료는 골프장이 생존하기 위한 마지노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피 인하와 식음료비의 적정화 노력을 하고 있는 골프장은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캐디없이 플레이하는 ‘셀프 라운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일까요?
“셀프 라운드는 골프장의 의지와 골퍼의 이해 및 노력이 함께 필요한 사안입니다. 이미 도입한 골프장도 있고, 또 향후 이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골프장 500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990년대말 일본 골프장의 거품이 꺼져 도산이나 인수합병 바람이 불었듯이 한국도 그럴 것으로 보십니까.
“1990년대 후반 일본 골프장의 대규모 부도사태는 일본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이에 비해 국내 골프장업계의 경영난은 공급확대와 중과세 정책 지속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일본 사례와는 큰 차이가 있어서 충분히 치유책을 찾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합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골프장 중과세가 철폐돼야 합니다.”

‘한국 골프는 과중한 세금을 안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닙니다. 중과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골프장 세금 문제가 나오면 ‘부자감세’라고들 합니다. 아니지요.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골프장 중과세를 상식적인 선으로 조정하자고 하는 우리 요구에 대하여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는 비싸고 이용자는 부자들이다. 따라서 개별소비세를 비롯한 중과세는 당연하다. 반면 대중 골프장은 저렴하고 서민골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부자감세 논리는 이제 설득력이 약해졌습니다. 회원제와 대중제를 나누어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업계 전체의 발전과 이용자인 골퍼가 더 합리적인 기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골프장내 건축 규제, 원형보전지 20% 의무보유 등 잘못된 제도가 먼저 개선돼야 합니다. 회원제와 대중제의 경계를 없애 대중제도 다양한 마케팅과 영업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회원모집을 허용해야 합니다.”

회장 취임 후 1년이 지났는데요.
“지난 1년간 중과세를 개선하기 위해 뛰었습니다. 멀지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 둘 나올 것으로 봅니다.”

정부나 회원사 및 골퍼들에게 할 말은.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430만명에 달하고 최경주 배상문 박인비 최나연 등 우리 선수들이 곳곳에서 승전보를 전해오면서 한국골프의 상황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골프를 사치성 스포츠라고 인식하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이는 ‘골프 금지령’과 같은 실체없는 골프비하 논리가 횡행하고 개별소비세와 같은 징벌적 과세, 일반세율에 비해 20배에 가까운 재산세 부과 등 외부적인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골프는 죄가 없습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정부정책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대회, 2016년 리우올림픽이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골프는 연인원 3000만명이 직접 하는 스포츠이자 거대한 산업입니다. 정부의 골프에 대한 시각변화는 필연적이고 시급합니다.”

 


<박정호 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잔뼈 굵어…홀인원 다섯 차례 한 ‘행운 골퍼’

1948년 경북 선산에서 8남매중 5남으로 태어난 박 회장은 건설업을 통해 골프계와 인연을 맺었다. 자신이 1982년 설립한 선산토건에서 제일·보라·대둔산CC 등의 조성에 참여하면서 골프장과 골프장경영에 눈을 뜨게 됐다. 한때 상떼힐CC와 에머슨내셔널CC를 인수할 생각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지난 2005년 프리스틴밸리CC(경기 가평)에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장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여세를 몰아 2011년엔 경기 파주에 퍼블릭 18홀규모인 파주프리스틴밸리CC를 건설했다. 회원제와 퍼블릭골프장 36홀을 소유한 골프장 오너라는 점이 어필돼 2013년 3월 제16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골프구력은 40년 가까이 된다. 지금은 80타 안팎을 친다. 그는 프로들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다섯 차례나 했다. 골퍼로서는 행운을 듬뿍 받은 셈이다. 1980년대초 남성대CC에서는 150m 거리의 홀에서 토핑난 티샷이 데굴데굴 굴러가 홀인원되는 사례도 있었다. 그는 그래서 “홀인원은 실력보다는 운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베스트스코어는 1언더파 71타다. 현재 선산토건 선산철강공업 SS유통 SS이엔씨 대표이사 회장도 맡고 있다. 이론보다는 현장, 분석보다는 직관에 투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