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에게 있어 매니저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다. 감독들을 만나 섭외를 부탁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고 피곤한 나를 위해 대신 운전을 해주고 스케줄을 관리해줘서도 아니다. 배우를 희망하는 한 인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그 꿈을 유지할 수 있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배우와 매니저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배우 김강우(35)도 현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및 이사진들과 8년 이상을 동고동락했다. 그만큼 끈끈하다. 그런 김강우에게 매니저를 해볼 기회가 왔다.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감독 김광식·제작 영화사 수박)에서 열혈 매니저 우곤 역을 맡았다.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람 보는 안목과 끈질긴 집념 하나로 신인배우 미진(고원희)을 키워나가던 열혈 매니저 우곤은 증권가정보지, 일명 찌라시로 인해 미진을 잃게 된다.
  우곤은 직접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서면서 전직 기자 출신, 현직 찌라시 유통업자 박사장(정진영)과 불법 도청계의 레전드 백문(고창석)을 만나 찌라시의 세계로 들어선다.

영화 속 미진은 자신을 알아봐줬지만 이로 인해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퇴사한 우곤에게 찾아가 “오빠가 직접 나를 키워 달라. 차 없이 지하철에 버스 타고 다녀도 좋다”고 말한다. 우곤은 “지금 가진 게 이 것뿐”이라며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넨다.

20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100원을 건네는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배우와 매니저 사이에서 계약은 형식적인 것이라는 의미죠. 업계 지인 중에 실제로 100원에 계약을 맺고 활동한 배우와 매니저가 있었어요. 감독님께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더니 영화에 넣으셨어요. 일반 분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가끔 사소한 일로 틀어지기도 하지만요. 하하”

배우도, 매니저도, 이만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직업군도 없다. 야구를 하다 매니저를 시작한 사람도, 배우 출신도 있다. 과일 장사를 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온 친구도 존재한다.
  “매니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김강우는 “직업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매니저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했다. 감독님과 친한 매니저 형과 셋이 만나 매니저라는 직업 세계에 대해 연구했다”고 회상했다.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보내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우곤에게 미진은 전부나 마찬가지라 큰 상실이었겠죠. 저는 연기를 하면서 ‘이건 미진에 대한 복수도 되지만 나에 대한 복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간절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김강우에게 예상 흥행 스코어를 물었다. “우선 손익분기점인 140만을 넘기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하면서 “우곤이 ‘미진이 죽었을 때 나도 죽은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관람 포인트를 짚어줬다.

‘찌라시’는 개봉 첫날인 20일 9만1300여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끌어 모으며 장기 흥행 집권 중이던 ‘수상한 그녀’와 ‘겨울왕국’을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