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수액 매달고 북측 혈육 만나러
2014-02-19 17:37
이산가족 82명, 60여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상봉 대상자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는 등록 전부터 상봉자들과 내외신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차 이산가족 상봉단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섬경(91)할아버지는 수액을 매달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 들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얼굴색이 창백하고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누워서 이동하는 김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금강산에 가서 아들 김진천(66)씨와 딸 춘순(67)씨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사는 조카 2명을 만나러 나온 박춘재(72)씨는 퇴원한지 사흘만에 지팡이를 짚고 집결지에 도착했다.
박 씨는 "못볼 줄만 알았던 조카들을 보고픈 마음에 몸이 불편해도 여기까지 왔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유언장을 가져온 상봉자도 주위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황해도 웅진 출생이라는 김명복(66)씨는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 꼭 누나를 찾으라 했다"며 "아버지는 큰 딸을 북한에 남겨놓고 온 데 대해 평생 한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로 (누나에게) 미안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누나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등의 이름과 생년 월일 등이 적힌 유언장과 황해도에 남겨둔 부동산 토지대장을 내 보이며 한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이날 눈에 띠는 상봉자는 96세의 최고령자 김성윤 할머니였다.
밍크코트 차림으로 동생들과 조카를 만나기 위해 속초 한화콘도에 나타난 김 할머니는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가 연달아 터지는데도 놀라지 않는 등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남측 상봉 대상자 1명이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하면서 1차 상봉에서 북측 가족을 만날 남측 상봉 대상자는 82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9월 확정된 상봉 대상자는 남측 96명과 북측 100명이었지만 사망, 건강 악화 등으로 상봉을 포기했다.
이들은 이날 신원 확인과 건강검진 절차를 거친 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의 방북 교육을 받고 상봉의 설렘 속에 하룻밤을 보낸다.
대부분이 고령자인 만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남측 의료진 12명과 구급차 1대도 이들과 동행하게 된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단체상봉'을 비롯해 22일까지 4차례 상봉과 공동중식 등을 가지며 11시간 동안의 만남을 갖는다. 이들과 만나는 북한 가족들은 모두 180명이다.
1차 상봉에서는 남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 가족 58명이 북측 가족 180명을, 23∼25일 진행되는 2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이 남측 가족 361명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