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조사도 안했는데 징계조치…3개월 영업정지는 졸속행정"
2014-02-19 15:29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19일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의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모처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독 실패 등의 책임은 지지않고 오로지 금융사 처벌로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예단하고 영업정지를 거론한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검찰로부터 수사기록과 유출 정보파일을 입수한 날은 지난달 10일이었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4일 ‘영업정지’를 언급했고, 이달 7일까지 금융당국의 검사가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3일에 3개월 영업정지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김문호 노조위원장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기관경고는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가 순서인데 국조 진행도 전에 3개월 영업정지가 거론됐다" 말했다.
제재조치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명의도용 및 무자격자 카드발급으로 금융대란을 야기했던 2002년 카드사태 때는 해당 카드사에 신규 회원 유치에 한정해 1.5~2개월의 영업중지조치만 내렸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에도 문책경고를 하는데 그쳤다. 노조는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 3사는 카드재발급, 해지, 영업정지, 영업재개 수 지속될 손해 등으로 최대 4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며 “2002년 삼성카드, LG카드, 외환카드 등에 취한 제재에 비하면 과하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터, 카드모집인, 카드사 직원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는 "TM 영업금지 조치로 고용과 생계수단의 문제가 발생하자 제재조치를 철회한 것이 바로 졸속적 행정조치임을 증명한다"며 "애초에 당국은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에 대한 생계와 고용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낙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창구직원과 콜센터 직원이 고객들의 원성을 받아내며 일하는 과정에서 과로로 쓰러지고 여직원은 유산했지만 당국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당국 책임론은 전일 청문회에서도 집중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들은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과거 무분별한 발급으로 카드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책임은 카드사만 지고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다"며 "금융당국도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이번 사태는 정보 보호 `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인데도 정부가 근본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