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재혁신과 채용-3] 고 이병철 회장이 면접자 구두 뒷굽을 본 이유는?

2014-02-19 06:01

아주경제 채명석ㆍ이재영ㆍ이혜림ㆍ박현준 기자 = “국가와 기업의 장래가 모두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이 진리를 꾸준히 실천해온 삼성이 강력한 조직으로 인재양성에 계속 주력하는 한 삼성은 영원할 것이며 여기서 배출된 삼성인은 이 나라 국민의 선도자가 되어 만방의 인류 행복을 위하여 반드시 크게 공헌할 것이다.”

지난 1982년 국내에서 최초로 준공된 삼성종합연수원 로비에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친필 현판이 걸려있다.

‘인재제일’(人材第一)은 삼성이 가장 우선시하는 경영원칙이다. 선대 회장이 삼성을 창업할 때부터 현재까지 인재제일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물건을 팔아보지도 않았고, 결정적인 사업 문서에 도장을 찍은 적이 별로 없던 창업주는 “내 인생에서 80%는 사람에 신경을 썼다”고 말할 만큼 사람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1957년 국내에서 최초로 사원을 공개채용 한 선대 회장은 학연·지연과 같은 소위 ‘연줄’은 조직을 무너뜨리는 근간이라고 여기고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았다. 특히 필기시험 비중은 50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면접에 더 비중을 둠으로써 인성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했다.

선대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에는 반드시 참석했다고 한다. 신입사원 면접 때 선대 회장은 면접을 마친 응시자가 뒤돌아 나갈 때 구두 뒷 굽에 흙이 묻어있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쟤는 안 되겠다”며 탈락시켰다. 적어도 자기 평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면접 자리에 구두도 안 털고 거기에 흙을 묻히고 올 정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철저한 ‘능력위주’의 공정하게 평가와 그 능력에 따른 최고의 대우, 개개인의 적성에 따른 ‘적재적소’ 직원 배치와 그릇에 맞는 권한 이양. 삼성그룹의 인사원칙은 창업주 때 뼈대가 완성됐다.

삼성의 인재에 대한 집착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때부터 더욱 강화됐다. 특히 이 회장이 주창한 ‘신경영’의 주요 내용 중 사람의 질, 경영의 질, 제품의 질 가운데, 사람의 질에 대한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93년 6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앞으로 우수한 사람 한 명이 천 명, 만 명을 먹여 살린다. 그런데 그 우수한 사람 하나만 있어도 소용없다. 그 우수한 사람이 분야별로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내가 욕심이 하나 있다고 하면 사람에 대한 욕심은 세계에서 제일 강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남보다 나은 사람, 우수한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안내놓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삼성을 떠나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떠나는 사람을 굳이 잡지 않는다. 재능 있는 인재를 키워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하나의 기업사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는 선대 회장과 비교할 때 이 회장의 사람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경영 선포 후 삼성의 인사제도는 크게 4개 시기로 분류된다. 1993~1997년 사이 ‘질(質) 경영 전환’ 때는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 육성하고, 직원들 간의 불합리한 차별을 철폐했다.

1998~2000년까지의 ‘위기경영’ 기간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과주의 인사정책과 함께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이라는 주제를 도입해 고용의 유연화를 시도했다.

2001~2006년까지 진행된 ‘글로벌 경영’ 때에는 해외사업에 맞는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이들이 ‘삼성’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추진 중인 ‘창조경영’은 창의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의 등용 및 다양함을 포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리더를 키워내며, 기존의 것을 따라가던 문화를 버리고 삼성이 추구하는 창의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삼성에도 매우 큰 변화이자 도전이 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의 확보는 초일류 기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성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이제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서 지속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창조인사를 구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더 과감한 인재확보, 인재양성 투자, 평가 및 보상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삼성 특유의 일사불란함과 실행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창의와 혁신이 꽃피울 수 있는 조직문화 창조를 위해 새로운 조직가치와 행동양식을 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국가, 인종을 구분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최고 인재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사(HR)시스템 및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야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해 갈 경영 리더와 최고 전문가를 범세계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해 양성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종업원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에 대응해 신경영 DNA의 전승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현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삼성의 경영철학, 핵심가치 공유를 통해 일체감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삼성이 채용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루려고 한 것은 바로 창의적 인재 확보라는 눈앞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