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에 中 통화긴축까지"…홍콩 주택시장 '꽁꽁'

2014-02-18 11:05
중국 본토 투자자도 헐값에 매물 내놓아

홍콩 부동산 시장[사진=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홍콩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가격 억제책에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 17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콩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일부 ‘황금 노른자땅’ 토지 경매가 유찰되며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인하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홍콩 둔먼(屯門) 지역의 택지 2곳은 최근 평방피트당 2000 홍콩달러라는 10여년래 최저가에 낙찰됐다. 위안랑(遠朗) 지역의 한 신규 아파트는 분양가를 지난 3월말 분양 초기 당시 평방미트 당 1만7100만 홍콩달러에서 최근 절반 가까이 떨어진 9200만 홍콩달러로 인하해 매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홍콩내 타지인의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3분기 월평균 89건으로 전체 거래건수의 2.2%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 1~10월 월평균 360여건으로 전체 부동산거래의 4.5%를 차지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미미한 것이다.

홍콩 양대 부동산 재벌인 청쿵(長江)실업과 신훙카이(新鴻基) 그룹이 홍콩 대형 부동산 건물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콩 주민의 70.9%가 홍콩 집값이 단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응답하는 등 홍콩 부동산 시장에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 동안 홍콩 부동산 시장 ‘큰 손’인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헐값에 매물을 내놓으며 홍콩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콩 현지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난 2011년 1억2800만 홍콩달러에 300㎡의 대저택을 투기용으로 매입한 중국인 투자자 한씨가 세입자도 찾지 못해 줄곧 빈집으로 남겨두다가 결국 최근 1억3000만 홍콩달러에 팔았다며 명목상으로는 200만 홍콩달러를 벌였지만 부동산세나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결국 600만 홍콩달러를 손해보고 판 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중국인 투자자도 홍콩 다자오(大角)만 인근 90㎡ 규모 아파트를 2265만 홍콩달러에 매입해 2000만 홍콩달러에 내다팔며 약 180만 홍콩달러 손해를 봤다.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뛰어오르는 홍콩 집값을 잡기 위해 홍콩 정부가 타지인의 부동산 투기를 막은 것이다.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3년 사스, 200년 미국발 서브모기지 사태로 출렁거리던 홍콩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8년 말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상승세를 타며 5년간 집값이 134% 올랐다. 이를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연평균 18.5%씩 오른 셈으로 홍콩 지역 GDP 상승폭의 5~6배, 물가 상승폭의 3~4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 홍콩 정부는 부동산거래세를 부과하고 외지인의 홍콩 부동산 매입을 제한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모기지 대출을 제한하는 한편, 상거매입 인지세도 대폭 올렸다.

실제로 부동산 억제책 효과에 지난해 홍콩 전체 집값은 전년 대비 7.7% 증가하는데 그쳐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50㎡ 이상 대형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 떨어져 5년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 영향으로 그 동안 홍콩 집값을 끌어올렸던 핫머니 유입이 준 데다가  중국 정부가 그림자금융을 잡기 위해 통화긴축정책을 이어가면서 그 여파가 홍콩 부동산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홍콩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안정과 중국 경제 안정세 속에 홍콩 집값이 폭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올해 홍콩 집값이 평균 10% 떨어지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