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때문에… 유통업계 '울상'
2014-02-17 17:02
재고 쌓이자 역대 최대 규모 창고대방출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초 추운 겨울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즌 상품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의 평균기온은 각 -0.2도, -1도로 각각 전년과 비교해 4도가량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 예년보다 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계에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붙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창고를 비우고 있는 것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이달 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로 명품대전 행사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할인 행사를 기획했다"고 귀띔했다.
사상 최대 규모 행사라는 이면에는 이같이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는 현재 창고 대방출 행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 측은 "장기 불황·영업규제에 날씨까지 따뜻해 삼중고로 판매되지 않았던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최종가 처분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체들도 재고 처리에 고심 중이다.
앞서 아웃도어업체들은 이번 겨울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해 시즌 상품 물량을 전년 대비 50~100% 늘린 바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자 재고가 쌓인 상태다.
농가들 역시 따뜻한 겨울로 인한 가격 폭락을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거래되는 시금치(4㎏·상) 2월 평균 도매가격은 571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086원보다 59.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얼갈이(4㎏·상)도 52.2% 하락하며 현재 33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적상추(4㎏·상) 가격 역시 1년새 51.9%나 하락했다.
이외에 당근(-80%), 열무(-55%), 감자(-28%), 애호박(-33%), 오이(-48%), 파(-43%), 양파(-55%) 등 대부분 채소류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겨울철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지면서 채소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