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선전에는 택시 15대중 1대가 전기차
2014-02-16 12:15
전기차택시 운영한지 4년째, 인프라 갖춰지며 성공모델 떠올라
(광둥성 선전)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거리에서 순수전기차 택시를 찾아보기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5일 찾은 선전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전기차 택시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차량마저 찾아보기 쉽지않은 우리나라 현실에 비춰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광경이다.
외지인이 보기에 전기차 택시는 신선하고 신기한 느낌이다. 호기심에 가솔린택시를 몇 대 거른 후 잡아탄 전기차 택시는 인테리어가 미래지향적이고, 내부는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기어변속이 없는 전기차의 특성상 차량은 무척 조용했으며 승차감도 편안했다. 신기한 눈으로 차량 내부를 이리저리 보는 승객의 모습에 택시기사도 신이 났는지 연신 전기차의 자랑을 해대기 시작했다. 기분일 수 있겠지만 전기차 택시기사가 가솔린차 택시기사보다 더 친절하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택시요금은 가솔린택시에 비해 3위안이 저렴했다. 중국의 택시는 그때그때의 국제유가에 비례해 유류할증료를 손님에게 부과한다. 이날 선전시의 택시 유류할증료가 3위안이었고, 전기차에는 유류할증료가 붙지 않는다. 때문에 유류할증료가 높은 날에는 전기차택시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4년동안 충전소 3000기 갖춰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기택시가 등장한 것은 2010년 5월 선전에서였다. 2010년 3월 선전버스그룹과 비야디(比亞迪, BYD)가 공동설립한 회사인 선전 유일의 전기차 택시업체 펑청뎬둥(鵬程電動)은 선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업체인 비야디의 전기차 10대를 도입해 시범운행한 뒤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이후 지속적으로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면서 택시영업을 늘려왔다. 현재 선전에는 비야디의 전기차택시모델인 ‘E6’ 800대가 운행중에 있다. 선전 전체 택시수가 1만2000대이니 택시 15대중 한대가 전기차인 것. 결국 선전에는 약 4년여동안 전기차택시가 영업을 해왔던 셈이며, 이는 나름대로 전기차가 내구성이나 성능을 어느정도 검증받았다는 의미도 된다.
전기차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충전소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선전에서는 이미 전기차택시의 경험이 4년간 누적돼 있는 만큼 충전소 인프라가 풍부한 편이다. 선전에는 현재 급속충전기 81개, 일반충전기 3000여개가 선전 곳곳에 설치돼 있다. 택시기사들은 시내 주요 10곳의 충전소를 주로 이용한다. 전기차 택시기사는 “전기차택시는 한번 충전하는데 1시간반이 소요되며, 이론적으로 한번 충전하면 32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 경험상으로 240km가 한계인 듯 하다”며 “택시영업을 위해서는 하루종일 3~4회의 충전이 필요하더라”고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4년전에 비한다면 선전내 전기차 인프라는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며 “충전소가 멀어서 불편함을 느낄 절도는 아니다”고 말한다.
◆”전기차 택시기사라 뿌듯”
유류할증료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승차감이 편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전기차를 선호한다고 한다. 다만 장거리 운행의 경우 승차거부현상이 가끔 일어나는 게 단점이다. 배터리방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 선전에서 만난 시민 왕(王)씨는 “중단거리를 가는데 운좋게 전기차가 잡힌다면 그날은 왠지 기분이 좋다”며 “전기차를 애용하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말했다.
펑청뎬둥에는 현재 1800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 2012년까지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흑자전환했다. 펑청뎬둥의 부사장은 "지난해 약 1500만위안의 흑자를 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택시기사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메리트는 없다. 전기차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회사에 납부해야할 한달 차량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한달 전기세는 보조금혜택을 받더라도 1000위안(한화 약 17만원)가량 소요된다. 2년여 전기차택시를 운행했다는 택시기사 청(程)씨는 "휘발유택시를 운행하는 게 소득이 다소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전기차를 운행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운전하기 편하고 승차감이 좋아 계속 전기차택시를 운행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본인의 월급여를 8000위안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전기차택시영업을 한지 3년째인 지난해부터 배터리교체 수요가 발생했다고 한다. 2010년 5월부터 운행했던 전기차택시는 3년이 지나면서 배터리교체를 진행했다.
◆”아반떼, 제네시스가격에 사는 격”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비야디는 런던 택시회사인 스리브(Thriev)에 최근 'E6' 2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런던시에 100% 전기 버스를 공급한지 두 달도 채 못 돼 내놓은 성과다. 런던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남들 보다 빨리 사용해 보려 하는 '얼리 어답터' 기질이 있으며 지난해 말 중국과 영국사이의 관계가 급진전되며 나온 성과다. 이 밖에도 비야디는 콜롬비아, 홍콩 등에 전기 택시를 선보였으며 싱가포르에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의 약점은 높은 가격이다. 중국에서 E6의 가격은 36만위안선이다. 원화로 6300만원가량이다. 아반떼급의 차량을 제네시스 가격을 주고 사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보조금이 지원되면 가격은 낮아진다. E6의 경우 지역에 따라 12만위안까지의 정부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제 구매가격은 24만위안(한화 약 4200만원)으로 떨어지지만, 가솔린차량에 비해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택시의 경우 택시회사가 전기차를 단체구매하기 때문에 단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환경오염 몸살 중국, 적극육성 나서
이 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전기차는 성장일로에 놓여있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정부는 전기차육성을 위해 다시한번 팔을 걷어부치고 나왔기 때문. 국무원 산하 재정부와 과기부, 공신부, 발전개혁위 등 4개 부서는 최근 ‘신에너지 보급 및 응용 확대 업무에 관한 통지’를 통해 올해 초 종료될 예정이었던 보조금정책을 내년 말까지 연장시켰다. 또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21곳이 신에너지차량산업을 주요 산업에 포함시키고, 12곳은 적극 발전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가운데 베이징의 경우 올해 전기차를 구입하는 개인은 최대10만 8000위안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지도부도 전기차업체 기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시안(西安)의 비야디 자동차를 방문해 전기차 연구개발(R&D) 상황을 시찰했다. 당시 리 총리는 “공해와 소음 등 도시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신에너지차 특히 신에너지 버스를 정부가 장려해야 한다”며 신에너지차량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관용차로 전기차를 선택할 것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마카이(馬凱) 국무원 부총리 역시 비슷한 시기 광둥성의 에너지절감 및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현장을 시찰하며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 공기를 개선해야 한다며 신에너지자동차를 장려할 것을 강조했다.
◆배터리 시장 기회 열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경우 우리나라 업체의 경쟁력이 강한만큼, 관련 기업들의 중국공략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삼성SDI는 중국업체와 합작으로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는 4월까지 산시성 국유기업 한 곳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6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다. 삼성SDI는 셀, 모듈, 팩 등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공정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합작기업 설립 방식의 중국시장 진출은 삼성SDI가 처음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 등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합작법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업무를 개시했다. 합작법인은 올해 하반기까지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에는 생산 규모를 2만대 분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대형 전지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LG화학은 2010년 중국 3, 4위 완성차 기업인 제일기차, 장안기차와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 LG화학이 현지 부품업체 3~4곳과 접촉하며 합작법인 설립을 타진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중국에는 비야디를 필두로 로컬업체인 중퉁(中通)버스, 상하이자동차, 체리기차, 창안(長安)기차, 둥펑(東風)기차 등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여기에 현대차,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역시 전기차생산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중국은 세계 최대의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