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합의하라” 美법원 압박에도 싸움은 이어질 듯
2014-02-09 18:37
삼성 배상액 1조원 규모 유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연방지방법원 재판부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양측의 추가 심리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
합의로 해결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데, 하지만 양사는 “항소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1조원에 달하는 양사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IT 전문매체 씨넷(CNE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지난 7일 삼성전자-애플 특허침해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고 삼성전자가 냈던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재심(retrial), 배상액감축(remitittur) 청구와 원고 애플이 낸 JMOL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국 법원이 결정한 대로 삼성전자는 애플에 9억3000만달러(약 1조원)를 물어줘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몇 주 안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고 판사는 이날 양측 주장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만 장장 3년여를 끌어온 만큼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결정을 내리기 전 오는 19일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이 만나 합의를 시도하도록 권유했다. 고 판사가 이날 기각 결정은 합의를 위해 양측이 성의를 보이라는 강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이르면 이달 말께 법원에서 공식 확정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은 지난 2012년 8월과 지난해 11월 등 2차례에 걸쳐 진행된 배심원 평결에 바탕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평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차 평결 내용 중 나중에 뒤집힌 부분을 제외한 6억4000만달러와 2차 평결에 따른 2억9000만달러를 합친 9억3000만달러를 애플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은 1심 판결이 나온 후 즉각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삼성전자로서는 애플과 화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나 다름없고, 애플로서도 나름대로 ‘푼돈’(?)에 불과한 배상액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3월 말부터는 다른 제품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라 양사의 법정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고 판사는 지난해 11월 애플 측 변호인이 1960년대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컬러TV 제조회사들이 삼성 등 ‘아시아 제조업체’에 밀려 사라진 것을 빗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변론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애플 측의) 발언에 대해 재판부는 반대와 실망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변론이 당시 배심원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고 판사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