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에 휴가비 지원하면 국내 관광 늘어난다고??'
2014-02-04 17:14
중소기업 근로자 휴가비 지원제, ‘탁상공론’ㆍ '졸속' 추진 논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정부가 침체된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휴가비를 지원하고 초중고 학생들에게 단기방학을 주겠다는 방안이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부처들 간에 재원 마련, 수요예측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놓고 사전 협의는 물론 치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무리하게 졸속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체부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내관광활성화방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봄·가을 총 22일을 '관광주간'으로 선정해 이 기간에 국내여행을 할 경우 철도, 숙박요금 등을 할인해주고, 중견규모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게는 휴가비도 지원해준다. 또 이 기간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짧은 방학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1000명 이하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3500명에게 20만원씩(정부·기업 각각 10만원) 휴가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4일 중소기업 근로자 휴가비 지원 재원과 관련해 “근로자 휴가비 지원은 정부와 기업이 반반씩 부담한다”며 “정부 지원금은 관광기금에서 충당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별도의 기금은 조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근로자가 휴가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국내여행을 하면서 20만원을 본인 부담으로 써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담당 공무원은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이유를 묻자 “아무래도 대기업 근로자는 복지 혜택도 많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겠느냐”고 “시범사업인 만큼 중소․중견기업으로 정했고, 이 가운데 우수기업, 가족친화기업이 우선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많은데 근로자의 국내여행을 위해 휴가에다 휴가비까지 주며 독려하는 기업이 있겠나”라고 질문하자 “결국엔 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중요하다”면서 문제를 시인했다.
실제 지난 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자사 근로자의 연차휴가 소진 현황을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74.7%가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일부만 사용(62.7%)하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12.0%)"고 답했다. 이 가운데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중소기업은 절반(54%)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휴가가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선보인 근로자휴가비제도는 내년 도입을 목표로 한 가칭 ‘국민여행금고제도’를 토대로 한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해 3월 기관에 의뢰해 기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국민여행금고제도’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로 중소기업이 대상인 이번 시범사업에 조사 결과를 대입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중견기업 선정과 관련해서도 주무기관인 중소기업청의 역할도 미미하다.
문체부 측은 대통령 보고에 앞서 중소기업청에 사전 설명을 했고, 향후 기업체 리스트 작성, 협조 공문 발송 등을 대신 맡아주기로 했다고 설명했으나, 타 기관이 부수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의문이다. 사전 협의가 아닌 사전 설명이라는 점 역시 문체부가 단독으로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체부는 초중고 봄.가을 단기방학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육부와도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언론보도를 보고 ‘금시초문’이라며 문체부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 때를 보면 학교장이 재량으로 방학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큰 문제없이 잘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