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신용 대출자 32%, 금융위기 이후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전락

2014-02-04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금융위기 이후 6등급 이상 중ㆍ고신용 대출자 약 32%가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학자금 대출 등 20대 무직자 및 자영업자 비중이 높았고 비은행권 다중채무자가 대거 포함됐다. 

4일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의 이장연 금융시스템 연구팀 과장과 임영주 조사역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借主)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차주 중 전년 동기에 비해 저신용군으로 떨어진 비율은 2009년 6월말 7.2%에서 지난해 6월말 8.4%로 증가했다. 

특히 중신용 차주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말 당시 신용등급이 5~6등급인 중신용 차주의 평균 25.2%가 지난해 6월말 현재 7~10등급의 저신용자로 하락했다. 신용이 하락한 차주 가운데 5~6등급이 전체의 71.9%로 대부분이었다. 

1~4등급인 고신용 차주도 평균 7.2%가 7등급 아래까지 떨어졌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중ㆍ고신용 차주 중 27.9%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자가 됐다. 30대(16.2%), 40대(14.0%), 50대(11.9%) 등에 비해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고용형태별로는 무직(17.2%) 및 자영업자(11.6%)의 저신용 하락비율이 임금근로자(9.9%)를 크게 웃돌았다. 명예퇴직 등으로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자 혹은 무직으로 전환한 경우 저신용으로 하락한 비율은 각각 18.0%와 15.4%로, 임금근로자일 때보다 8.1%포인트와 5.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또한 저신용으로 하락한 차주 중 무직 비중은 20대가 49.3%로 가장 높았고, 자영업자 비중은 60대(37.0%)가 많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차주의 대출규모를 살펴보면 1000만원 미만이나 1000만~2000만원 등 소액 대출을 이용한 차주들의 하락률이 19%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학자금 등 생계형 자금을 목적으로 고금리 소액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저신용으로 하락한 차주들의 은행 및 상호금융 대출 비중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9.2%포인트와 3.9%포인트 줄어든 반면 카드 및 캐피탈 대출과 저축은행 대출은 각각 15.0%포인트와 9.4%포인트, 7.0%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 비중도 2008년 6월말 10.5%에서 지난해 6월말 29.4%로 크게 상승했다.

보고서는 "저신용 가계차주 문제 심화는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는 물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를 초래하는 등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청년층과 무직 및 자영업자의 소득창출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시장의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7~10등급으로 분류된 저신용 가계 차주 50만명의 현황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주로 대출을 연체한 경험이 있고 카드 신규발급 등 정상적 신용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각종 서민금융 지원의 주요 대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