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설날 증후군 지혜롭게 극복하기
2014-02-02 18:00
이대일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병리과 전문의 (의학박사)
설날은 흥겹고 즐거운 일만 기대하지만 사실 현실은 이와 다르기 일쑤다.
설날이 다가올수록 아내의 짜증지수는 치솟고 남편은 그런 아내 눈치 살피기에 전전긍긍한다. 심지어 설날 때마다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다.
명절 이후 이혼상담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또 어찌 설명할까.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다. 이번 설날은 4일간으로 비교적 길 었다. 길었던 만큼 명절증후군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설날이 다가오면 아내도, 남편도 예민해지기 십상이다.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 상을 준비할 걱정에, 혹은 친척들을 맞을 생각에 아내는 머리부터 지끈거린다.
남편은 남편대로 빠듯한 월급 걱정에 혹여 부모님과 아내가 갈등을 빚지 않을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된다.
이렇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마음을 다치고 오해의 골을 만들기 일쑤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아내도, 남편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말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생각이 대부분 말로 표현되다보니, 부부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갈등을 낳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오고가는 말 때문이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같은 말이라도 남편과 아내는 각각 달리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의 화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 간 갈등을 줄이고 즐거운 설날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화법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남편, 내 아내가 유별나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감정이 상할 일도, 오해할 일도, 싸울 일도 줄어든다.
남편과 아내의 화법 차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자는 보고를 위한 대화를 하고, 여자는 공감을 얻기 위한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말을 할 때 주로 간접 화법을 사용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암시하거나 돌려 말하는 것이다. 이 같은 화법은 공격, 대결, 불화 등을 피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며 강한 유대의식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아내는 논리적인 충고보다는 관심을 갖고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바란다. 설날에 아내가 불만을 갖는다면 그것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수고로움을 인정해주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내는 자신의 문제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다.
그런데, 남편 입장에서는 이 같은 아내의 화법이 본론에서 벗어나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내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 답답하고, 혹시 불만이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닌가 싶어 가시를 세우게 된다. 남편은 아내와는 달리 직접 화법을 쓰기 때문이다.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표현이 중요한 남편은 대화를 할 때에 자신이 공격을 받거나 비난 받는다고 느끼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는 불평과 투정이 자신을 비난하는 말로 들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힘든 것을 알아 달라’고 사랑하는 남편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의 화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면 실천에 옮기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남편은 공감을 바라는 아내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하면 된다. 특히 자신의 기준으로 아내의 노고를 평가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