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표절 논란, ‘샘플링’이 뭔가요?

2014-01-23 14:59
선 ‘샘플링’ 후 ‘클리어’라는 눈 가리고 아웅인 행태 없어져야…

[사진제공=일리네어레코드]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2013년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표절이 2014년에도 이어졌다. ‘샘플링’은 과연 무엇이고 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지난 19일 오후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는 구랍 18일 힙합가수 빈지노가 발표한 ‘달리 반 피카소’가 해외아티스트 쳇 베이커의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두 곡의 인트로 부분은 마치 한곡처럼 들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슷해 논란이 일었다. ‘달리 반 피카소’는 가사만 빈지노가 썼으며 작·편곡은 모두 피제이가 맡았다.

빈지노 소속사 일리네어 레코즈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빈지노의 곡 ‘달리 반 피카소’와 관련해 작업 과정에서 해당 곡이 샘플링을 이용한 곡인지 인지하지 못했고 인터넷 게시판상에 문제가 제기돼 관련 사항을 파악했다”며 “사실 확인 후 즉시 샘플링 원곡인 ‘얼론 투게더’의 저작권사 등과 연락을 취했고 협의를 통해 샘플 클리어런스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저작권 회사인 워너채플에 넘길 서류는 완료된 상태”라며  “이후 여러 절차를 통해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보통 2~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알렸다.

샘플링이란 보통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으로, 과거 존재하는 음원에서 일부분을 추출해 해당 멜로디에 랩을 하거나 편집 등을 통해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보통 샘플링을 했을 경우 원작자에게 이를 사용할 것을 허락받고 일정 금액을 지급하거나 음원을 소유하고 있는 퍼블리셔에 동의를 구하는 샘플클리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빈지노 측은 샘플클리어를 거치지 않은 채 원곡을 사용했다. 이같은 경우 원곡을 몰래 가져다 쓰는 ‘표절’이라는 단어보다는 ‘무단 사용’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 즉, 샘플링이 온전히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우기는 표절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견해다.

김성환 평론가는 “샘플링은 반드시 필요한 기법이지만 아티스트가 결정한 경우 샘플클리어를 명확하게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제도적으로도 샘플링에 대한 정의나 원곡의 중요도 등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 ‘샘플링’ 후 ‘클리어’라는 눈 가리고 아웅인 행태가 더는 창작자의 기강을 흩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