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사' 신원호 PD "네가 무슨 드라마냐고?"
2014-01-21 10:25
시즌1 격이었던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성공 이후 '응사'에 거는 대중의 기대심리도 높아졌다. 광고 매출액은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고, 제작진을 대하는 사측의 태도도 달라졌다. 본사에서 직접 사이판 휴가를 보내줬을 정도니, 메인 PD의 사비로 종방연을 했던 '응칠'과 비교하면 위상이 높아진 것이 확실하다.
종영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응사'는 회자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는 '응사'의 매력은 뭘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도 사투리고, 연출진이 곳곳에 숨겨놓은 복선도 복선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추억을 더듬는 쫄깃한 전개에 그 이유가 있을 터다.
신원호 PD는 이우정 작가와 함께 갔던 '밤과 음악 사이'에서 '응답' 시리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90년대 음악이 주로 나오는 나이트 클럽 같은 곳인데, 30~4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20대 젊은 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융합(?)의 장이다.
농담 따먹기를 시작으로 음담패설, 욕설까지 오가는 장시간 회의를 거친 끝에 90년대 이야기를 해보자고는 했지만, '과연 먹힐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때 찾았던 '밤과 음악 사이'는 해답이 됐다. 90년대 복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즐기는 20대 젊은이들을 보고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던 거다.
신원호 PD는 '네가 무슨 드라마를 해? 예능 피디가' 라는 일각의 편견에 제대로 맞섰다. '복고'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겨우 시트콤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우를 이겨내는 게 우선이었다. '응답' 시리즈에 어떤 색깔을 입히느냐보다 사람들의 우려를 씻는게 가장 먼저였단다.
"예능 피디랑 예능 작가가 모여서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기존에 드라마 피디들이나 작가들이 눈총을 준 건 사실이에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기우가 콘텐츠보다 높은 장벽이었죠. 그런 편견도 당연했고, 사실은 저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걸 이겨내는게 먼저였죠."
"업계에서도 많이 들려요. 재수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왜 나오는지는 알 것 같아요. 아마 제가 혼자 연출하고, 이우정 작가 혼자 각본을 썼다면 절대 그런 이야기가 안 나왔을 거에요. 다섯 명이 모이고 열 명이 모였으니까 '응답' 시리즈가 나온 거죠. 저는 판을 깔아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남자의 자격'때도 그랬어요.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해요. 음담패설부터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죠.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완성해갔죠. 작가와 연출진에 플러스 된 다른 요인이었어요. 아마 그게 제가 천재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남자의 자격'으로 KBS 예능의 부흥기를 이끌었을 때부터 숙달된 능력이라고 했다. 본인이 천재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모두 다른 사람의 머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치는 일, 그리고 그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본인이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응답' 시리즈의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계획된 게 없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바로 투입되는 이우정 작가 때문에라도 '새 기획'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기다림이 주는 행복은 더 크다고 했던가.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천재'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만들어낼 또 다른 '드라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