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도 깜짝 놀란 차기 회장 후보, 권오준이 풀어야 할 과제는?

2014-01-16 16:14

권오준 포스코 회장 후보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권오준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50일간의 장기 레이스의 최종 승자로 확정됐다.

지난 15일 최종 후보군 발표를 전후로 차기 회장감에 오르내린 수십여명의 포스코 내·외부 인사들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권 사장의 낙점은 포스코 내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불과 지난 하루 사이에만 해도 5명 가운데에서도 유력 후보가 시간대별로 뒤바뀌는 반전의 연속이었으니 말이다.

◆권 후보는 누구? “···”

공개된 이력서 상으로만 놓고 보면 권 회장 후보는 포스코 내에서 ‘연구개발’(R&D) 부문에만 몰두해 온 철저한 기술부문 전문가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발돋움하기까지에는 생산과 영업 못지않게 R&D 부문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권 사장이 이러한 기술 부문에서 계속 주요 직책을 맡아오며 능력을 발휘해 온 점이 이번 최고경영자 후보(CEO) 추천위원회에로부터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술 부문에만 특화 돼 있다 보니 권 후보가 과연 포스코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하나로 묶어내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리더’(Leader)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느냐는 것이다.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밝힌 포스코 CEO가 가져야 할 덕목, 즉 ‘상충되는 요소에 균형을 잡아주는 통찰력’과 ‘사원·주주·지역사회·지식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의 역할을 권 사장이 해낼 수 있을지 그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밝힌 데로 차기 회장은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사람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 개발을 통해 회사의 장기적 메가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등 그룹의 경영쇄신을 이끌어가야 한다. 추천위에서 낙점을 받았으나 아직은 100% 적임자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들은 물음표를 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부 인사인 권 후보가 정작 포스코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회장 후보로 확정됐어도 그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시각을 갖고 포스코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지에 대해 “이거다”라고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물이 드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주로 연구실에서 연구 자료만 뒤지는 분으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지시를 해 후배 연구원들의 업무 강도가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술 부문 이외 부서의 직원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었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분도 아니라 특별히 어떤 분이라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포스코의 임원이 되면 회사 전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일도 있는 데 (권 후보는) 그런 일이 없었다”며,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보다 오히려 관심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회장 후보로) 확정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그를 가리켜 철강인이 아닌 ‘철강업계 종사자’라는 표현이 더 맞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야

권 후보는 생산·영업·인사·기획 등 회사 경영에 있어 핵심이 되는 요직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단점을 안고 회장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권 후보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포스코를 비롯해 그룹 전반에 걸쳐 분해된 임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단행될 사장단과 임원진 인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스스로가 짊어진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포스코의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러지 못할 경우 포스코인들이 희망하는 ‘외압에서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포스코’를 실현할 수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후보의 확정으로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가 회장을 맡는 전통을 이어간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서도 “포스코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권 후보도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