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숍 할인경쟁…원가상승 주범?

2014-01-16 17:40
365일중 300일 세일…구조조정 지나면 하위 브랜드 정리될 것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브랜드숍 화장품 업체들이 할인 경쟁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잦은 세일이 제품 원가만 상승시킨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이들은 '원가 부풀리기'가 불가능한 구조라 세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365일 세일전쟁…해마다 10~100% 세일 수 늘어

16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미샤ㆍ더페이스샵ㆍ에뛰드ㆍ이니스프리 등의 브랜드숍의 세일일수는 2010년 54일에서 2011년 107일, 지난해 300여일로 매년 100% 이상 증가하고 있다. 1년 가운데 2개월 가량을 제외하고는 상시 세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할인폭도 해마다 늘어 10% 수준에서 최근에는 50~70%로 커졌다. 

지난해 가장 세일수가 많았던 브랜드는 더페이스샵으로, 이 브랜드는 총 126일의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전년도 세일 기간인 46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샤도 67일에서 지난해 74일로 7일 늘었고, 에뛰드하우스도 28일에서 56일로 두 배 증가했다. 이니스프리와 네이처리퍼블릭도 작년 각 33일, 80일 간의 세일을 진행했다. 다수의 브랜드가 전년보다 세일기간을 10~300% 늘렸다.

상위권 업체의 세일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후순위 브랜드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상위 5개 업체가 경쟁적으로 세일을 하는데 두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냐"며 "브랜드 충성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밀리면 브랜드를 접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세일경쟁으로 업계 전체가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들이 할인 및 출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외형은 성장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응이 미흡한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가 상승부추기는 세일?

'반값화장품' 경쟁으로 브랜드숍 화장품에 대한 가격 불신도 거세다.

A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할인폭도 커지고, 세일이 잦아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도대체 정가가 얼마냐'고 묻는다"며 "'원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 뒤 세일하는 시늉만 내는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은 브랜드숍 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여태껏 성장했는데 어떤 업체가 세일가격을 미리 반영해 원가를 부풀릴 수 있겠느냐"며 "제품 원자재 값이 판매가의 30~35% 수준(마케팅, 물류비 등 제외)인데 여기서 50% 할인하면 남는 게 없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를 죽이지 않기 위해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세일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퍼주기 식의 할인경쟁이 계속되겠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견디는 브랜드가 결국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