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카드사 대표들 "고객 정보 유출 대단히 죄송하다"

2014-01-08 17:03
짧은 대국민 사과…구체적 대응방안은 언급 안 해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왼쪽부터), 심재오 KB국민카드 대표,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가 8일 오후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신용평가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의 고객 정보유출 사건으로 인해 KCB와 각 카드사 대표들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다만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응방안 없이 짧은 사과 후 자리 떠나기에 급급해 책임 회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상득 KCB 대표는 8일 오후 4시 상공회의소에서 개인 정보유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컨설팅업무로 파견된 당사 소속 직원이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외부인에게 유출했다"며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 회사를 믿고 일을 맡겨준 카드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유출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도록 노력하고,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KCB의 한 파견직원이 전산 프로그램 개발 용역 수행 과정에서 카드사로부터 고객 인적사항정보 등을 불법 수집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 직원은 KB국민카드 회원 약 5300만명, 롯데카드 약 2600만명, NH농협카드 약 2500만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했다. 총 1억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그동안 금융권에서 벌어진 사고 중 최대 규모다.

카드사 고객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자 해당 카드사 대표들도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김 대표의 사과가 끝난 후 심재오 KB국민카드 대표는 카드 3사 대표로 나서 "고객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최장 기간의 전산사고로 뭇매를 맞았던 농협은 이번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또다시 휘말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은 "지난 전산사고와 이번 정보 유출사건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표들은 짧은 사과를 전하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사고가 발생한 3개 신용카드업자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경로 등이 파악되는 즉시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정보가 유출될 때까지의 금융회사의 정보보호,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관리·운용되고 있었는지 집중 검사하고, 검사에서 드러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또한 이달 중 금융회사 자체 점검 체크리스트를 마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고객정보 유출 방지대책 및 고객정보 관리의 적정성 실태를 전면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