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Run> 기업규제에 발목 잡힌 기업, 족쇄 풀어야
2014-01-09 06:00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2014년 글로벌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여러 경제연구소에서도 글로벌 경기의 회복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답답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각종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 대통령, 정부는 “규제개혁”…실제로는 규제 증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투자 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으나 기업 관련 규제들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98년 규제 등록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1만375개였던 규제는 2008년 말 1만2277건, 2010년 말 1만3417건, 2012년 말 1만4889개로 해마다 증가해 2014년 8일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는 1만5065개에 이른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완화로 인해 2000년에는 6912건까지 감소했으나 이후 급격하게 증가했다. 14년만에 두 배가 넘는 규제가 새로 생긴 셈이다.
등록규제란 지방자치단체 조례나 공공기관 내규 등을 제외하고 법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정북시 등을 통해 만들어진 규제로, 지자체 조례 및 공공기관 내규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 규제는 더 늘어난다.
WEF(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9위를 기록했지만, 정부규제 부담 순위는 117위에 머물렀다.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가경쟁력 순위 역시 지난해 전체순위 22위에 올랐지만, 기업관련 법규 분야의 경쟁력은 39위였다.
이처럼 매년 증가하는 규제들로 인해 각 기업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규제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규제 개혁에 대한 체감도는 2011년 110.5를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2년에는 96.5, 2013년에는 92.2를 나타냈다. 기업들이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 “경제민주화 바람타고 증가한 국회 규제입법”
산업계에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회의원 규제 입법이 가장 큰 규제완화의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부처가 법률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당정 협의와 공청회,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10개에 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동료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하기만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4대 국회 당시 321건에 불과했던 의원입법은 18대 국회에서 1만2220건으로 증가했다. 18대 국회의 전체 법률안에 82.3%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발의된 총 법률안 2995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요 규제 법률안 513건에 대한 규제 신설의 불가피성, 규제의 합법규성, 부작용 등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58.40점에 머물렀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9월 규제가 들어간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규제의 필요성과 존속 기한을 담은 검토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발의되는 규제입법은 늘고 있지만 입법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점검은 미흡하다”며 “모든 규제들을 대상으로 현실성이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규제 증가 = 경기 활성화 발목”
갈수록 규제가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돌아가는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2003~2012년 우리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는 4.0%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직접 투자는 17.2%나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인 12.4%와 G8의 11.8% 보다도 높은 증가세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해외인력이 11만명을 넘어섰고, LG전자 역시 5만8000여명의 인력이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규제 완화를 통해 제조업 유치를 본격화 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메이킹 아메리카’라는 슬로건의 제조업 부흥정책을 시작하며 각종 규제 철폐와 지원책을 펴고 있다.
설비투자 세제 혜택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고,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경우 최대 20%까지 이전비용을 지원한다. 또 법인세를 35%에서 28%로 낮추고 제조업에 대해선 25%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도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 등을 통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로 발길을 돌리려는 기업들을 국내에 잡아둘 수 있다면 수출 증가와 함께 내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인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