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갖춘 아파트 인기…인근보다 몸값 높아

2014-01-07 09:37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 주부 홍모씨(40세)는 최근 초등학교 인근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를 고액의 영어유치원에 보냈었지만, 둘째는 학구내 원아에게 우선 입학기회가 주어지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홍씨는 100여 만원 씩 원비를 냈던 첫째와 달리 한 달에 1만여 원 상당의 우유급식비만 내면 돼 남는 교육비로 나중에 어학연수를 보낸다거나 책을 사서 읽히는 게 낫다는 계산에서다.

홍씨처럼 30~40대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육비 부담은 줄이면서 합리적으로 소비자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주변 아파트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정부에서 지원받는 누리과정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달에 약 15만∼60만원, 유아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의 경우 100만~200만원의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교사 수준이 높고 급식 등 먹거리도 비교적 안전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해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한다고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에 자녀를 다 입학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역을 예로 들면 전체 유아 중 공립유치원에 수용할 수 있는 유아는 전체의 4.6%, 국공립 어린이집까지 합쳐도 전체의 18% 수준에 불과해 자녀를 입학시키는 것이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내 병설유치원의 경우 학구 내 원아를 우선 선발한다거나 일부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기부체납해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우선 입학기회를 주는 등 입학자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가까이 살수록 입학할 확률이 높아진다.

통학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특성도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데 한몫 하고 있다.

장거리 통학이 사실상 어려워 찾는 수요자가 많다 보니 매물이 달리고 거래가 빈번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실제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의 ‘래미안 휴레스트’아파트는 당초 키즈카페로 쓰려했던 1층짜리 건물을 입주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20년간 무상으로 빌려주고 그 대신 동일순위 내에서 입주자에게 어린이집 정원의 50%를 우선 배정받으면서 길 건너 아파트보다 집값이 2000만~3000만원 더 높게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주택업계도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분양 초기 단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이를 분양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마포구 현석동에 분양중인 ‘래미안 웰스트림’ 아파트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단지와 인접한 골프연습장 부지를 140억원에 사들여 연면적 1580㎡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신석어린이집’을 지어 마포구에 기부채납 하는 한편 명문대생들이 단지에 거주해 입주자 자녀들의 학습을 관리해주는 ‘래미안 튜터링’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서울 비강남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1순위에서 최고 1.64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전타입이 순위 내 청약에서 마감됐다.

2013년 6월 입주한 e편한세상 두정 2차아파트도 단지 내 의무 어린이집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실속을 추구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손쉽게 등ㆍ하원 시킬 수 있고 치열한 입학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주변의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며 “외부에서 꾸준히 수요가 유입돼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 하락의 우려가 적은 만큼 실거주를 원하는 학부모라면 적극적으로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 조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