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실질적인 혜택이 재계에 돌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우리 경제는 미래를 내다보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왔다"며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하고 도전한다면 정부는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재계의 투자를 독려했다.

박 대통령이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1년여 만이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는 평가다. 당시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며 "대기업도 좀 변해야 한다.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 국가 지원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이윤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공동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준공식 축사를 통해 재계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한편 경제 회복에 재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재계에 대해 '경제살리기 동반자'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10월  ‘2013 기업가정신주간’ 축하메시지를 통해서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여는 데에도 도전하고 극복하는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기업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경제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환경은 박 대통령의 뜻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반 대기업 정서는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 각종 환경관련 규제들과 대기업을 옥죄는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상생법 등 관련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단체와 중소중견기업들은 공동으로 경제활성화 법안 촉구와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신문광고까지 내면서 읍소했지만 정관계는 아직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오히려 올해들어서 부당한 하도급 거래 때 최대 3배의 과징금을 매기는 하도급법 개정안, 화학사고 발생 때 해당 기업에 연매출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굵직한 기업 규제들이 신설됐다. 올해 1월에서 6월 사이에만 규제개혁위원회에 1093개의 규제가 새롭게 등록되면서 총 1만5007개로 증가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주문의 강도는 점점 높여가지만, 정작 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규제는 강화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최근 정관계의 잇따른 기업 규제 정책이 거꾸로 국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강풍이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국내에 반기업정서를 더욱 부추겨 온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 확산이 이미지 훼손에 따른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브랜드 가치 하락은 해외 무대에서의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상을 남길 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규제완화=대기업특혜’라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에 정말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인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수혜를 입으면, 특혜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서비스산업법 등으로,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기업특혜라는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면서 "기업인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한만큼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외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1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이를 통해 친구 혹은 나에게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울산에 건설 중인 플랜트 공장이 가동된다면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 울산에 살고 있는 친척이 더욱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