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2013-12-26 16:17
“개탄과 분노 금할 수 없어” 한ㆍ중 강력 반발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신사)를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지금도 악화된 일본과 중국ㆍ한국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26일 오전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신사를 참배한 것은 지난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참배한 이후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며 “중국ㆍ한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베 정권의 1년을 보고하는 의미에서 정권 출범 1주년이 되는 오늘을 택했다”며 “(한국ㆍ중국 정상들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전쟁들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현재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 등 246명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도쿄 중심가 지요다구에 있다.
한국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12월 26일 목요일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범들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발표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담화’에서 “중국 정부는 일본 지도자가 중국 및 기타 전쟁 피해를 입은 국가 인민의 감정을 거칠게 짓밟고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는 이날 오후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이번 참배에 대해 항의했다.
대만 외교부는 공식 논평에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며 “주변 이웃 국가 국민에게 정서적 상처를 주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주일미국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며 "일본과 그 이웃 국가들이 과거의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관계를 향상시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로 나아가는 데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건설적인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올 10월 11일 ‘BS후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사 추계 예대제(10월 17∼20일) 때 신사를 참배할지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외교 문제가 돼 있는 상황에서 (신사에) 갈지 안 갈지 말하는 것은 삼가하겠다”고 말하는 등 신사 참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공물 봉납 등으로 신사 참배를 대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