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찾아간 철도노조… 장기 철도파업 새 국면 맞을까

2013-12-25 16:07
정치권·종교계 대화 창구로 활용 모색, 수송 차질 여전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기록을 갱신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정치권과 종교계를 통한 정부와의 대화창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연말연시 철도 대수송기간을 맞아 여객·화물수송 차질이 심화되는 가운데 철도파업이 철도노조와 정부가 대화를 통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철도파업은 3주차에 접어들며 열차 추가 감축운행으로 이용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4주차인 다음주부터는 열차 운행률이 60%대로 크게 떨어져 여객 및 화물 수송 불편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계사 극락전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4명이 불교계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은신 중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가 수배된 상태에서도 파업 대오는 흔들림이 없으며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조계종에서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과 대화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탄압, 사회적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철도노조의 조계종 행은 민주노총 건물까지 진입하는 등 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노조원들과 만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철도노조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며 “정치권과 종교계가 어떻게든 대화의 계기와 통로를 마련해달라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처럼 힘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며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돌아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코레일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채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대화를 통한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조계종에 은신하고 있는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했으며, 사복경찰이 조계종 경내 잠입했다가 노조원에게 걸려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조계종에 노조원들을 머물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계종 역시 이들을 내보내지 않고 기본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철도파업 17일째를 맞은 이날 열차 운행은 성탄절 이용객 증가를 감안해 평시 2637회 대비 81.2% 수준을 유지했다. 단 26일부터는 다시 평상시의 76.1%(2263회)로 운행된다. 열차별 운행률은 KTX 73%, 새마을호 56%, 무궁화호 61%, 수도권 전철 85.7% 수준이다. 화물열차는 30.1%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연말연시 철도 이용이 본격화되는 다음주부터는 KTX 56.9%, 무궁화호 63%, 새마을호 59.5% 등 필수유지 운행률로 운행돼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 불편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관광 열차 운행이 중단돼 오는 31일 동해안 쪽으로 떠나는 모든 열차 표는 이미 매진됐다.

철도파업에 참가했다가 복귀한 노조 조합원은 이날 정오 기준 1151명(13.1%)으로 전날 1132명(12.9%)보다 다소 늘었다. 파업 참가자는 출근대상자 2만473명 중 7638명(37.3%)으로 감소세다.

한편 코레일은 기관사 300여명,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기간제로 채용해 내년 초 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차량 정비 등을 외주에 맡기는 등 파업 장기전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업을 주도하는 고소·고발자 191명 중 해고자 46명을 제외한 145명에 대한 징계절차도 착수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열차 운행 현장을 찾아 “대선불복,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목소리에 철도노조를 최선봉에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으로 직결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