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 임원 인사> 성과ㆍ여성ㆍ글로벌 핵심 키워드…'역대 최대' 퍼레이드

2013-12-05 10:29

아주경제 이재호ㆍ이혜림 기자 = 삼성은 올해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조기 발탁(85명)·여성 임원(15명)·외국인 임원(12명)·경력 입사자 임원(150명) 등 4가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이 추구하는 인사의 기본원칙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가운데 혁신 인재와 여성 인력을 중용하고 글로벌 경영 행보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고인 물이 썩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해 조직 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성과주의가 인사 최고 기준

삼성은 5일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85명을 발탁 승진시켰다. 2011년 말 54명, 지난해 말 74명보다 크게 늘어난 인원이다. 

성과를 내면 반드시 보상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임원인사가 대표적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신규 임원 승진자는 16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끈 세트 부문의 발탁 승진은 35명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2년 전에 비하면 2배 가량 늘어난 인원이다. 

특히 발군의 활약을 펼친 무선사업부 소속 임원들이 대거 발탁 승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인 박현호 상무는 승진 연한보다 3년 앞서 전무로 승진했으며, 하드웨어 부문의 김학상 상무도 2년 앞서 전무 자리에 올랐다.

점유율이 크게 오른 중국영업 담당 이진중 전무도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고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여성이 미래다…승진자 60% 발탁 인사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재계에서도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지한 총수로 꼽힌다. 지난 2011년 여성 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는 "여성 임원들은 정말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원으로 끝나서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칠 수 없기 때문에 사장까지 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올해 인사에서 비록 사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성 임원 승진 규모는 1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3명 증가한 인원이다.  여성 승진자 중 9명이 발탁 승진이었으며 12명이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에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 출범 초기인 1992~1994년 대졸 공채 출신으로 회사 발전과 함께 성장한 여성 인력들이 다수 임원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양정원 부장(1992년 공채), 최윤희 부장(1993년 공채), 송명주 부장(1993년 공채), 연경희 부장(1994년 공채) 등이 상무로 승진했다.

◆ 글로벌 경영 가속화

해외법인 우수 인력의 임원 승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중용해 현지 직원들에게 미래성장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외국인 임원 승진 규모는 12명으로 2011년 말 8명, 지난해 말 10명에 이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미국법인의 팀 백스터 부사장에 이어 중국법인의 왕통 전무가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베이징연구소장 겸 중국 휴대폰 영업담당인 왕 부사장은 통신시스템 개발 전문가로 중국 현지형 휴대폰 모델을 22개나 개발했다.

삼성 스마트폰 돌풍은 해외 임원 승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법인의 가르시아 상무, 네덜란드법인의 메노 상무, 스웨덴법인의 라스얀손 상무 등이 해당 지역의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이끈 공로로 임원 승진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 공헌한 해외근무 인력도 승진 대상자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올해 해외근무 인력 승진자는 지난해와 같은 8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소속이 73%(58명)를 차지해 성과주의 인사 방침을 강조했다.

◆ "고인 물은 썩는다"…순혈주의 타파

올해 경력 입사자의 임원 승진 규모도 15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보다는 9명 늘었다. 

삼성 관계자는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영입 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능력주의 인사를 심화했다"고 말했다.

순혈주의 타파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1등 신화를 이룩한 황창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대표적인 외부 영입 인재들이다. 

한편 삼성은 미래성장의 근간인 연구개발(R&D)과 영업마케팅, 제조·기술 부문의 임원 승진을 늘렸다. 삼성이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데 기여한 R&D 부문 승진자는 1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영업마케팅 부문도 지난해보다 7명 증가한 24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으며, 제조 부문은 2008년 이후 최대 승진 인사를 단행해 33명이 승진의 기쁨을 맛봤다. 반면 스탭 부문의 승진 인사는 축소해 현장 중심의 인사 기조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