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 사장단 인사>‘재무통 대표’ 명맥 이어간 삼성벤처투자
2013-12-02 15:41
이선종 사장 승진 선임
지난 1999년 삼성그룹의 벤처투자 전담 기구로 설립된 삼성벤처투자의 현황이다.
그룹 타 계열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규모 회사지만 이 회사에는 전통적으로 삼성그룹의 재무통 고위 임원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성회장 비서실(재무 담당) 등에서 근무한 김상기 전 초대 사장(2003~2009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재경팀장(부사장)을 역임후 대표를 지낸 뒤 2일 사장단 인사에서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발령 받은 최외홍 전 사장에 이어, 같은 날 이선종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발령을 받았다.
전·현직 대표이사 모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지내온 인물이라는 점은 그만큼 삼성벤처투자가 작은 규모이면서도 그 역할이 큰 계열사라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17.00%, 삼성증권과 삼성테크윈이 각각 16.67%,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16.33%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현재 총 17개 투자조합을 통해 1조820억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는 △반도체 39개사 △정보통신 32개사 △소프트웨어 17개사 △인터넷 서비스 5개사 △콘텐츠 1개사 △바이오 8개사 △기타 15개사 등 117개사에 이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창립 초기 ‘한국의 인텔캐피탈’을 목표로 수익보다는 철저히 모 기업의 비즈니스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추구해왔다. 즉, 그룹의 향후 먹거리인 신성장 발굴 차원에서 국내외 다양한 초기 창업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이를 삼성그룹의 주력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 국내 대형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전혀 출자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독자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삼성벤처투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삼성그룹의 중장기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올해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정부의 벤처기업과 기술 육성에 삼성그룹이 1조5000억원을 들여 ‘미래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키로 하면서 삼성벤처투자의 역할과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벤처투자는 벤처 서밋을 주관하는 한편 국내외 우수 벤처기업 발굴 및 인력 채용 등의 역할에 더해 올해부터 ‘그룹의 신기술 사업 역량 강화의 첨병이자 CVC 투자창구’라는 미션을 부여받아 이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기술 육성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삼성그룹 자체적인 신기술 확보 노력은 삼성벤처투자에 의해 진행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이번 인사에서도 재무통인 이 사장이 내정됐다는 것이다.
1958년생인 이 사장은 용문고등학교, 중앙대 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재경 업무를 주로 맡아온 재무관리 전문가다. 2005년에는 고려대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재경팀 경리그룹장, 경영지원팀장, 재경팀장 등을 각각 역임했다.
삼성그룹측은 “이 사장은 회계·자금·세무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로 글로벌 유망 벤처업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해 우량 벤처 투자회사로의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