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가상 가족 판친다…가상 부부 이어 가상 며느리까지?

2013-11-28 12:16

[사진제공=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지난 2007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어느새 시즌4를 맞았다. '가상 부부'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부부생활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우결'은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크라운제이와 서인영, 김현중과 황보, 조권과 가인, 이특과 강소라 등 여러 화제의 커플을 배출했다. 연인보다 더 연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특히 알렉스와 신애 커플은 연인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부러움을 샀다. 신애의 발을 씻겨 주는 알렉스의 모습은 로맨틱의 정석이 됐을 정도. 알렉스가 솔로앨범을 위해 2008년 하차하자 시청자들은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신애는 하차 1년 만인 2009년 5월 갑작스럽게 결혼을 발표했고 가상 결혼에 대한 진정성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배우 오연서도 엠블랙 이준과의 가상 결혼 도중 배우 이장우와의 열애설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오연서와 이장우는 "친한 선후배 사이일 뿐 이성적 감정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반발로 오연서·이준 커플은 결국 하차했다.

가상 부부생활은 현실 속 열애나 결혼과 맞물리면서 진정성 논란을 꼬리표처럼 붙이고 다닌다. '대본대로 따라하는 배우일 뿐'이라는 시청자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가상 체험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출연진의 액션과 반응에 재미를 붙이다가도 진짜와 가짜 어느 한 부분에 무게중심이 옮겨지면 곧바로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사진제공=JTBC]


이러한 위험부담에도 케이블과 종편에서는 '우결'을 모티브 삼은 가상 가족 생활 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종영한 MBC에브리원 '오늘부터 엄마아빠'는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인 전현무와 배우 심이영이 아이를 돌보는 이야기가 방송의 주를 이뤘지만 시청자들은 이보다 두 사람의 스킨십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열애설이 불거질 정도였으니 파급력은 대단했다.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대단한 시집'에서 가상 가족의 맥을 잇고 있다. 새로 단장한 '대단한 시집'은 가상 부부를 뛰어넘어 가상 며느리와 시부모님 사이의 관계를 그려 낸다. 씨스타 소유는 국민가수 정훈희·김태화 부부의 아들과 가상 결혼을 했는데, 방송에서 실질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소유와 시부모님의 관계다. 남편 없는 시집살이다.

가상 가족이 꾸준히 방송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짜와 가짜의 중간인 '가상 체험'이 시청자들이 흥미로워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가상 가족은 체험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현실 속 실제 가족과 드라마로 체험하는 속 가짜 가족, 그 중간 어딘가에 가상 가족은 존재한다"면서 "가상이라고 해도 순간적 상황에 대한 반응은 진심이라는 전제 하에 방송되는 실험적인 툴이다.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관찰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가상 가족'은 대중의 리얼리티 욕구가 있는 한 계속해서 재탕될 것이다. 적어도 반응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 요소나 거부감이 이는 문제를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 알고 찍는 ‘트루먼쇼’를 넘어 진짜 ‘트루먼쇼’를 욕심 내면 재미가 커지는 게 아니라 문제가 심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