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외국계 역차별' 현실화

2013-11-25 18:22

아주경제 전운 기자 = 토종 기업과 외국 기업의 '역차별'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출점 규제를 강하게 적용받고 있지만 외국계는 규제에서 제외되거나 국내 진출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대형 외국계 커피전문점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고, 기존 외국계 기업들의 점포 확장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2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콜롬비아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후안 발데스'는 최근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커피 브랜드로 지목할 만큼 '후안 발데스'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3월에 한국에서 1호점을 오픈한 후 5년 내에 점유율 15%, 브랜드 인지도 4위, 400개의 매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국내 커피전문점이 제대로 출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계 기업의 공습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카페베네·롯데리아(엔제리너스)·할리스·탐앤탐스·CJ푸드빌(투썸플레이스) 등 가맹점 수 100개 이상, 커피사업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5개 가맹본부에 대해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했다.

외국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공정위는 규제 대상을 대형 가맹본부에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역차별'이 실제 이뤄지고 있으며, 외국계의 시장 독식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는 지난해 출점 규제 이후 외국계 기업인 스타벅스의 점포 신장률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공정위가 모범거래 기준을 제정하기 전(2012년 11월 말) 스타벅스 매장 수는 480개였지만 현재는 580개까지 증가했다. 매장이 100개나 증가했고 점포 신장률도 2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840개였던 카페베네의 점포 수가 현재 907개로 7.9%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 점포 수 역시 370개로 스타벅스의 6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결국 국내 기업의 생존 기반을 없애는 꼴이 됐다"며 "결국 외국계 기업에 안방을 고스란히 헌납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다음달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신청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커피전문점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