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세수확보전' 활용?…예산 줄고 과징금 목표 늘고

2013-11-17 17:30
공정위, 국세·관세청처럼 세수 확보 기관 아냐
재계 불만 고조…자칫 무리한 법집행 '법원 패소 요인'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정부가 공정당국에 15% 이상 늘어난 내년 과징금 징수 목표를 정하면서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내부에서도 적잖은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국세·관세청처럼 세수를 확보하고 늘리는 기관이 아닌 관계로 자칫 무리한 법집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을 잠재적 예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담겨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공정위가 거둬들여야 할 과징금 예산은 6953억원으로 올해보다 918억원이 늘었다.

공정위 과징금은 정부 예산상 세외 수입으로 잡힌다. 6935억원의 징수를 위해서는 기업 처벌이 늘거나 과징금 부과액을 높여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칫 무리한 법집행이 일어 기업은 소송전을, 행정기관은 맞대응에 따른 패소로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꼴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조만간 과징금 감경사유를 삭제하거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과징금 감경사유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과징금의 실효성을 높여 법 위반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처사다. 하지만 공정위가 올해 상반기 기본 과징금에서 감경한 비율이 67.5%로 이를 줄이면 과징금 징수 목표치에 가까울 수 있다는 계산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높아진 과징금 목표를 위해 경영상태가 어려운 기업에도 예외 없이 과징금 폭탄을 처벌하는 건 목표 세입 효과는커녕 기업 파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재계 불만이 나온다.

또 기업집단을 모두 법 위반자로 간주하는 등 세입 활동 논리로 공정위를 활용한다면 공정거래 기본 정책 방향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나날이 진보(?)하는 불공정 기업을 적발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국고 채우기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먼지털기·기업 팔비틀기’ 등 무리한 조사로 기업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내년 예산은 9.8% 줄이면서 과징금 목표액만 15% 올린 점도 공정위 조직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011년 공정위 예산은 788억4300만원에서 이듬해 846억2200만원, 올해 933억원으로 확대 배정되면서 지난해 공정위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과징금만 9000억원을 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늘어난 예산은 기업 조사와 제재 등 공정정책 활동에 어느 정도 효과를 불러왔다는 방증인 셈이다.

현재 공정위가 갖고 있는 무기는 강해진 법 개정뿐, 오히려 내년 예산은 줄이고 과징금 목표액만 올리는 통에 쓸쓸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다. 신고포상금 제도 또한 내년 예산이 10% 이상 축소되면서 담합 등 불공정 기업 잡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본청의 세종시 이전과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이전 등 현장조사를 위한 팔다리를 잘라놓은 것도 기업 조사를 어렵게 하는 물리적 요인이다. 각각 먼 곳으로 분리된 채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끌 비용과 인력 문제에 따른 업무 부담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공정거래법 개정 등 법 정비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더욱 음지로 숨어 조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며 “활동비는 적게 주면서 보험회사처럼 실적 쌓기로 기업을 잡는 곳이 공정위가 아니다. 잘못한 기업에 대해 따끔한 회초리를 가하는 건 맞지만 기업을 잠재적 위반자로 간주하는 건 무리로 세수기관처럼 공정위 과징금을 세입예산안에 반영하는 자체가 문제”이라고 조언했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과징금 부과 추세를 고려해 추정한 것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는 아니다”면서 “특정 세입목표액 달성을 위해 무리한 과징금은 폐소 요인으로 과징금 감경을 축소하고 법 집행을 강화하면 징수액은 줄어 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