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범' 김갑수를 말하는 세 가지 키워드

2013-11-14 17:43

'공범' 김갑수[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지난달 24일 개봉한 후 약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최승현(탑)을 주인공으로 한 '동창생'(감독 박홍수)과 김우빈 주연의 '친구2'(감독 곽경택)가 뒤이어 개봉됐지만,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종합 4위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 말이다. 

'공범'의 이같은 기록은 의미가 깊다. 200만 돌파를 보는 게 쉽지 않아진 최근 영화계로선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게다가 '그놈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이겨내고 이룬 갚진 성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 중심에는 김갑수와 손예진이 있었다. '공범'에서 아빠와 딸로 만났다 두 사람,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 이후 7년 만이다. 때문일까. 둘의 호흡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쿵'하면 '짝', '짝'하면 '쿵'이 되는, 찰떡호흡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김갑수는 절절한 부성애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을 지독한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딸 다은(손예진) 앞에서도 한없이 착한 아빠 순만 역이다. 그 이면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살인과 납치로 변질되는 그릇된 부성애를 가진 양면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김갑수의 36년 연기인생을 담아냈을까, 딸을 향한 사랑이 오열로 표현되는 그 순간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스크린을 통해 본 순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다정다감 아저씨였다. 따뜻한 말 매무새는 물론, 몸에 밴 매너가 여느 라이징 스타 못지않은 '팬심'을 유발했다. 그것은 당연히, 김갑수의 장수 비결이 되었을 테다. 

김갑수와 이야기를 나눈 한 시간을 정리해본다면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눌 수 있다. '공범'과 손예진, 그리고 연기.
 

'공범' 김갑수[사진=남궁진웅 기자]

먼저, '공범'.

김갑수가 '공범'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힘에 있었다. '범죄자와 그의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서 시작된 상상놀이가 '공범'의 시나리오로 탄생한 것이다. 김갑수는 '공범'의 시나리오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평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딸의 의심을 끝까지 수비해야 하잖아요. 과연 내가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놈 목소리'와 비슷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배우의 '자존심'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공범'에는 '그놈 목소리' 속 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국동석 감독이 박진표 감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갑수는 그러나 "'공범'은 결코 '그놈 목소리'와 비슷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놈 목소리'가 사건을 다룬 영화라면 '공범'은 철저하게 감독의 상상으로 태어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그놈 목소리' 속 한 장면이 우리 영화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단지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에요. 그리고요! 배우로서 자존심이 있죠. 하하. 다른 작품과 비슷한 영화라면 내 손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두 번째, 손예진. 

김갑수는 손예진과의 두 번째 만남을 두고 '다행'이라고 표현했다. 믿고 보는, 시대의 여배우 손예진과 다시 한 번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고. 

"'연애시대' 때도 부녀지간이었어요. 그때도 참 예쁘게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완숙미가 넘치더라고요. 굉장히 집중력이 좋고, 힘든 감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예진이 연기를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김갑수는 손예진이라 읽고 여배우라고 말했다. 그토록 사랑하던 아빠를 희대의 살인법으로 의심하기 시작하는 극도의 감정 연기를 손예진만큼 해낼 수 있는 여배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또, 계속, 극찬이 이어졌다. 

"예진이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우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저뿐만 아니라 관객, 평단으로부터 평가가 좋잖아요. 혹시나 예진이가 저를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워낙 성격이 좋아서 뭐. 제 걱정은 그냥 기우였죠."
 

'공범' 김갑수[사진=남궁진웅 기자]

그리고, 연기.

김갑수의 말에 따르면 그는 철저한 분석파 배우다. 캐릭터 연구는 필수였고, 대사 하나도 대본과 다르게 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이 캐릭터에 이입되지 않으면 '절대로' 완벽한 연기가 나올 수 없다고 소리높였다. 

"음.. 그냥 배우로서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하하. 내 생각이 철저하게 그 작품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이냐는 건 배우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서 시작하죠. 그래서 대본 외우는 시간보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아이러니하죠. 하하"

'공범' 역시 쉽게 소화해내기 어려운 캐릭터를 몇일에 걸쳐 연구했다. 비밀을 간직한 아빠로 살아온 지난 몇 달이 답답했을 정도. 마치 범인처럼, 또 정말 순박하고 평범한 아빠인 것처럼 보여야 하는 이중적인 캐릭터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순만을 연기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하하. 연기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요? 음... 그냥 아무 생각 안해요.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터득한 노하우라고 할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