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끼리 돈꾸는 재벌 보니… "모두 재무위험 높아"

2013-11-12 16:55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동양그룹 사태 이후 국내 재벌 가운데 계열사 간 대여ㆍ대출이 발생한 곳 모두가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9월 30일부터 전일까지 자산총계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대여ㆍ대출 총액은 626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ㆍ웅진ㆍ동부ㆍ효성ㆍ삼성그룹을 합쳐 모두 5개 대기업집단, 14개 계열사가 여기에 해당됐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이 삼성SRA자산운용에 투자 목적으로 대여하는 4200억원을 뺀 나머지 2068억원은 모두 운영자금이 부족한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을 빌려줘 전체 재벌 계열사 간 운영자금 대여ㆍ대출 총액 대비 72% 이상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자금을 한진해운홀딩스에 대여하면서 한진해운 주식 1920만주를 담보로 받았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이 돈을 다시 채무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빌려줬다.

한진그룹을 제외한 여타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대여ㆍ대출 총액은 모두 500억원 미만으로 집계됐다.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ㆍ렉스필드컨트리클럽이 각각 오션스위츠ㆍ웅진플레이도시에 249억원, 74억원씩 모두 323억원을 빌려줬다. 효성그룹(효성→공덕경우개발) 및 동부그룹(동부하이텍ㆍ동부광양물류센터→오션스위츠ㆍ동부복합물류)은 각각 184억원, 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계열사 간 운영자금 대여ㆍ대출이 발생한 대기업집단 가운데 웅진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다. 동부ㆍ한진그룹 또한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있으며, 효성그룹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상태를 평가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출자해 자회사 재무를 개선하는 형태가 아닌 단기적인 자금대여 같은 임시처방이 대기업집단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며 "동양그룹 사태 이후 신용경색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