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창의성, 어디에서 올까?
2013-11-12 10:29
유용재 동원대학교 호텔관광계열 교수
국내 유수의 홈쇼핑 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분초를 다투는 생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며 어느 업계보다도 긴박한 상황 에서 업무가 진행된다고 알고 있었다. 당연히 최첨단 기기로 무장된, 건조한 사무실 환경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곳엔 공간과 디자인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는 저층 건물, 소담한 조경, 청량감을 주는 작은 연못과 푸른 나무들이 평온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인간의 삶은 국가·지역·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왜 그럴까? 타고난 능력이나 자질의 차이가 삶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에 각국의 IQ 수준을 살펴보았더니 우리는 세계 2위이고 미국인의 평균 IQ는 우리보다 한참 낮았다. 고민끝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삼성과 미국의 기업들을 관찰하며 해답의 단초를 찾아 보았다.
삼성타운은 늦은 시간까지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삼성맨들로 인하여 밤에도 환한 불빛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명민하고 빈틈없는 태도나 행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엘리트로서 손색이 없다. 그 반면 한가롭고 여유롭게 보이는 구글 애플 SAS의 직원들은 복장마저 자유분방해 근무중인지 휴식중인지도 구분이 안된다. 그러나 느슨한 듯한 직원과 기업들이 이뤄내는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성과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창의성이 그 갈림길에 있다고 많은 이들이 지적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몰입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때 몰입 상태에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하듯이,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집중하여 새로운 방식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낸다. 그런데 창의성 연구의 대가인 칙센트 미하이에 따르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는, 사고가 직선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돼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따라간다고 한다. 따라서 몰입을 통해서 발현되는 창의성은 그 수준과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반면 산책을 할 때 눈은 경치를 바라보면서도 뇌의 일부는 자유로운 연상을 좇는다. 주의력의 중심에서 벗어난 사고는 예정된 방향을 따라가지 않고 자유롭게 발전한다. 이런 자유와 여유로움이 우리의 사고에서 기발한 구상과 해결책을 이끌어낸다고 미하이는 설명한다.
미래의 세계는 현재의 불편함을 창의적 아이디어로 극복한 제품들로 가득할 것이다. 움직이는 컴퓨터라 불리는 스마트폰도 현대인의 욕망과 바람을 담은 제품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창의적인 기업과 조직, 사람들이 있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경치, 편안하고 자유로운 환경이 창의적인 영감을 위해 바람직한 자원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숲으로 둘러싸인 우주선 모양의 사옥을 신축중인 애플, 놀이터인지 유원지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구글의 근무 환경, 사옥을 캠퍼스라 부를만큼 풍부한 녹지공간과 편의·운동시설을 구비해 놓은 SAS. 모두 생산성과 경쟁력, 창의적인 업무 성과가 뛰어난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사례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몰입에서 시작되는 창의성을 넘어, 두뇌와 몸을 최고로 이완시키며,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는 자유로우며 편안한 환경에서 비롯된 창의성이 최고 수준의 창의성임을 알게 됐다. 홈쇼핑 업계의 선두 기업이 왜 교외로 나가는 길목에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