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규리 "당신, 그대로도 충분히 예뻐요…나다울 때 가장 예쁜 법"
2013-11-11 10:51
배우 김규리가 최근 서울 통인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최근 드라마 '무신'에서 최우(정보석)의 딸 송이 역을,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서 태하그룹 전략기획부 본부장 장주하 역을 맡으며 남자보다 강인하고 완벽한 여성 캐릭터를 소화했던 김규리가 이번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하지만 부족해서 더 예쁜 김진영(이하 진영이)로 변신했다.
지난 5일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리는 "영화 '사랑해 진영아'(감독 이성은·제작 인디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당신, 그대로도 충분히 예뻐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규리가 맡은 진영이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에 꽂혀 좀비 시나리오만 쓰는 작가. 30살이지만 변변찮은 연애 한 번 못해봤다. 여자로, 인지도 있는 배우로 예쁘고 좋은 역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굳이 부족해 보이는 진영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속 진영이는 부스스한 머리에 몸매가 좋지도 않다. 여성스러움 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김규리는 더 망가지지 못해 아쉽단다. 사람들이 '진영이, 쟤 왜 저래?'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보면 사랑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진영이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5살의 김규리는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내가 옳다고 머리로 느끼고 뼈아프게 깨닫는 것도 순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어버리게 돼요. 제가 아무리 중심을 잡고 가만히 있고 싶어도 마음이 계속 흔들리게 되지만, 그렇게 흔들리는 게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여유를 갖다 보면 어느새 성장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에요."
배우 김규리가 최근 서울 통인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저예산 영화라서 영화의 질이 떨어지고,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라서 좋은 영화는 아니다"라는 김규리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그걸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절대적이라는 것.
그는 영화를 혈액형에 비유했다. "영화를 대하는 대중들은 매체를 통해서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를 나누지만 이건 사람들이 A형 사람은 어떻고 B형 사람은 어떻다고 판단하는 편견일 뿐이에요."
김규리는 앞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의외의' 춤 실력을 선보이며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본이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식 등 굵직한 행사도 매끄럽게 진행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하이파이브'에서는 버라이어티 사상 첫 고정 출연 여배우라는 타이틀도 얻었으며, 에세이 '내 앞에 봄이 와 있다'도 출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춤 실력을 인정받은 김규리는 지난달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으로 라틴댄스를 선보였다. 실제로 춤을 잘 추냐는 질문에 김규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대중들은 저의 완성된 무대만을 보고 춤을 잘 출 거라고 생각하지만 발톱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애 쓴 거에요. 그만큼 열심히, 독하게 했어요. 춤을 좋아하는 제 심장을 풀어내는 일이자 '당신도 할 수 있어'라는 걸 보여주는 무대였죠. 근육통을 한달 넘게 겪었지만 이걸 당연하게 여기고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이날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는 화려한 장미로 가득 찬 화분과 소박한 로즈메리 화분이 있었다. 김규리는 장미 화분은 멀찍이 밀어두고 인터뷰 동안 로즈메리에 연신 코를 가져다 댔다. 로즈메리에게 '넌 왜 화려하지 못하냐'고 타박하지 않고 그 안에서 풍기는 향을 가져오려는 김규리의 모습에서 진영이가 엿보인다.
배우 김규리가 최근 서울 통인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