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 홍순모 김주호 최병민 배형경의 '인간, 그리고 실존'
2013-11-10 14:10
삶의 문제 탐구해온 5인전..김종영미술관서 12월 29일까지
배형경.묵시. 말로는 다 할수 없는 것. 브론즈.2013.
최병민 벽 감,동학 벽.201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가벼움과 현란함이 넘치는 시대, 무거움으로 천착하고 있는 조각가들이 모였다.
김영원(66), 홍순모(64), 김주호(64) 최병민(64) 배형경(58). 모두 30~40여년간 일생을 농부와 같은 성실함으로 돌과 청동 철과 같은 묵직한 재료와 씨름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또한 무겁다. 이들 다섯명의 작가는 '인간'과 삶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서로 만나기 힘든 작가들을 묶은 건 김종영미술관이다. '인간, 그리고 실존'을 주제로 이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 모인 다섯조각가의 공통점은 시류와는 거리를 두고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시류에 역행'하며 변함없이 조형예술이라는 방식으로 인생을 다루고 있는 조각가들의 그 '역행의 미학'을 직접 살펴보며 인간의 실존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볼수 있다.
김영원 중력 무중력.브론즈.
김영원의 작품이 선보인 김종영미술관 전시장면.
김영원작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조각을 터부시하는 경향과 문화적인 이해도가 낮아 조각가들이 작업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8월 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에서 세계적인 조각가 노벨로 피노티와 2인전을 열고 온 그는 "해외에 나가보니 우리나라 조각가들이 경쟁력이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우리 조각가들이 역량을 발휘하려면 밖을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매일매일 고독하게 돌을 치받는 시지프스같은 조각가들은 그럼에도 긍정적이다.
김영원 작가는 "우리나라에선 60이 넘으면 노인취급하는 분위기와 달리 유럽에선 나이 60은 이제 예술가로서 가장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로 대접받는다"며 "이탈리아등 현지에서 집을 얻어 작업해볼까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림자의 그림자'시리즈로 유명한 김영원의 조각은 인간의 몸(실체)과 그림자가 한몸이 된 채 이어져있다. 서구사상이 물질과 정신을 나눈 이분법이라면 그의 작품은 음양의 조화와 물질과 정신이 한 몸이라는 동양사상이 깃들여있다.
홍순모.광야같은 세상에서 항상 인도하소서. 수성암.2006. (우)흑암과 사망의 그늘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그 얽은줄을 끊으셨도다. 2013
홍순모 작가도 해외진출에 힘을 보탰다. 70년대인 대학시절 자신의 작품을 이미 독일 컬렉터가 구입했었다는 작가는 우리나라 작품과 독일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특히 현 추세는 미국보다 독일로 미술이 이동하고 있어 시간성과 인간의 실존문제를 형상화하는 작가라면 독일이 맞을 것같다고 덧붙였다.
수성암을 파고 쪼개 대충만든 듯한 그의 작품은 돌의 형태만으로도 인간 내면을 드러내며 사로잡는다. '이제 돌만 봐도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는 홍순모 작가는 40여년째 인간을 주제로 끊임없이 작업해오는 이유를 이렇게 일갈했다.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 인간이 해결할수 없는 한계 4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투쟁, 고독 죄,죽음 이죠. 원시시대부터 끊임없이 갖는 의문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않습니까?. 벗어날수 없는 그 실존을 넘어서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이 전시를 기획한 최종태 김종영미술관장은 "예술을 왜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하는가. 예술행위란 무엇을 추구하는 일인가. 예술의 목표는 어디인가? 외진 빈터에서 끈질기게도 무슨 신념으로 이들은 왜 이렇게 인간의 문제에 집착할수 밖에 없었는가. 그런 의문, 그 알수 없는 함정, 그런 길고 긴 끝없는 이야기를 생각하게 한다"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02)3217-6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