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트랜스지방 사용금지 환영
2013-11-10 04:06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워싱턴DC 지하철을 타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인종도 다양하지만 체격도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인도와 같은 일부 특정 지역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인도 출신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기름기 있는 음식보다는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쪽 지방 사람들은 날씬한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 우린 특별한 의학 지식 없이도 야채를 많인 먹는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보다 훨씬 날씬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인들은 사정이 다른다. 두 사람이 앉게 돼 있는 의자를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거구를 많이 볼 수 있다.
일단 미국 음식들 중에는 고기와 기름기 있는 음식이 많다. 인도 사람들처럼 자신의 전통 음식과 먹거리 문화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인종 말고는 대부분 미국으로 이민오면 식생활 및 식습관이 많이 미국식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미국으로 이민온 뒤 몸무게가 많이 증가한 한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매년 비만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데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앨라배마와 아칸소, 인디애나, 아이오와,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시시피,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웨스트 버지니아 등 13개 주들은 성인 비만율이 30%가 넘었다.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는 성인의 약 35%가 비만인 것으로 밝혀져 미국 전역에서 성인 비만 인구 비율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비전을 틀고 맛집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엄청난 양의 고기와 각종 양념을 쏟아 부은 음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다.
지역에 따라 식당 메뉴에 올라있는 음식의 칼로리를 기재하도록 하고 각종 의학 프로그램에서 식생활 개선을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대통령 영부인까지 방송에 나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야채 섭취를 장려하는가 하면 백악관 한켠에 텃밭을 가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미 연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내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랜스지방이 음식에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의 한 종류로 이것이 글리세린과 결합한 것을 트랜스지방으로 부르는데 현대인이 섭취하는 트랜스지방의 대부분은 식물성 기름이 수소화 공정을 거치면서 생겨난 것으로 트랜스지방이 혈관에 쌓이면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피자와 전자레인지 팝콘, 커피 크리머 등 가공식품 제조에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못하게 정부가 팔소매를 걷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
FDA는 앞으로 60일간의 의견 수렴 및 조정 기간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되며 최종 확정 시 식품업계는 허가없이 트랜스지방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트랜스지방 맛에 길들여진 미국 국민이 트랜스지방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람의 식습관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먹는 음식에서 트랜스지방 섭취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국민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도는 매우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사람의 입맛을 정부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주변 환경을 바꿔 서서히 변하는 미국민들의 식습관은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국민건강 챙기기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