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랜드 이야기_22>영국의 정신, 독일의 기술이 합쳐진 아이콘 '미니'
2013-11-07 17:00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지난 2003년 개봉된 영화 '이탈리안 잡(Italian Job)'은 전문털이범들이 한때는 동업자였지만 지금은 복수의 대상으로부터 3500만 달러 규모의 금괴를 빼돌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스토리상으로는 분명히 여럿의 도둑들이 주인공이겠지만 당시 배우들보다 눈에 더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금괴를 싣고 지하철 계단과 도로를 내달리는 3대의 미니쿠퍼였다.
미니 엠블럼
이건 하나의 예 일 뿐. 미니는 이미 많은 고전부터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며 주연 이상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미니는 헐리웃의 많은 배우를 비롯해 뮤지션,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쇼 비즈니스, 사교계 및 스포츠 분야의 스타들의 개인 소장 차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소녀시대의 효연이나 미쓰에이의 수지 등 스타들이 타고 다니는 미니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초의 미니는 50여년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야한다. 미니가 탄생한 배경은 시대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56년 여름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에 의해 수에즈 운하가 봉쇄돼 유조선의 발이 묶임에 따라 중동의 원유가 유럽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게 돼 미니의 모국인 영국은 휘발유 배급제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의 경제적 이동수단을 필요로 했고 1957년 당시 BMC 회장 레오나드 로드는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당시 모리스 마이너를 바탕으로 '미니어처'와 같이 작은 크기의 차량을 개발해 달라고 제안한다. 이 '미니어처'에서 착안한 것이 오늘날의 '미니'이긴 하지만 처음 미니는 미니가 아니었다.
MINI Brand Heritage
미니의 시초라 불리우는 차는 1959년 4월4일 버밍엄에 위치한 오스틴 롱브리지 공장에서 탄생한 오스틴 세븐이다. 이어 오스틴 세븐의 쌍둥이격인 모리스 미니 마이너가 이로부터 5주 후인 5월 8일에 옥스퍼드에 위치한 모리스 공장에서 생산됐다. 이후 1962년 오스틴 롱브리지 공장에서 오스틴 미니라는 명칭의 모델이 생산됐고 1969년 비로소 미니라는 이름을 달고 독자적인 브랜드로 독립했다.
MINI Brand Heritage
1959년 출시 당시 미니가 일으킨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또한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4개의 휠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탑재시켰다. 소형차의 혁명을 몰고 온 미니는 이시고니스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영국 여성 패션의 스타일 아이콘이자 디자이너인 메리 콴트는 미니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 스커트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미니는 트랜드 세터로서 역할을 해낸다. 바로 '자유로운 60년대(Swinging Sixties)'의 도래와 함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고객 취향과 어우러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것.
이 자그마한 차는 모터스포츠 부문에서도 경이로운 활약을 펼친다. 당시 최고의 레이싱카 컨스트럭터 존 쿠퍼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미니는 영국 레이서들에게 애용되기 시작했고 곧 '쿠퍼'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됐다.
자동차 산업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미니는 5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변함 없이 기존에 세운 원칙을 토대로 생산되고 있다. 비록 미니 브랜드가 BMC에서 영국의 로버 그룹으로 다시 1990년대 말 BMW그룹에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포드 모델 T와 함께 '20세기의 유럽차'로 선정되는 등 명성을 21세기에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BMW그룹은 로버에서 인수한 브랜드 미니를 완벽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새롭게 재구성해 2001년 전 세계 시장에 선보이면서 BMW 그룹의 최첨단 기술과 기존 미니가 갖고 있던 감성적인 요소들을 접목시켜 미래 지향적인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쿠페와 해치백, 컨버터블, 로드스터, SUV 등 다양한 미니의 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