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이메일 전문
2013-11-03 17:34
이석채 회장이 사의표명 후 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이메일 전문이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입니다.
오늘 저는 이사회에 kt대표이사, 회장직의 사임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제가 부덕했던 탓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
지난 4년동안 저는 kt의 성과가 곧 대한민국의 성과이며, 투명하고 혁신적인 회사로 kt를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임해왔습니다. 급변하는 시장과 험난한 경쟁속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노력해 주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재벌이 아닌 기업도 치열한 전장에서 당당히 겨뤄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 kt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서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kt가 많은 혁신을 이뤄왔지만, 현재 우리의 사업과 인력구조로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통신산업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구리선에서 브로드밴드로, 통신이 아닌 IT 컨버전스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네트워크만 잘 깔면 고객이 모이던 시절에서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 국내에 머물면 죽고 글로벌로 나가야 활력을 찾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우리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갭을 줄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경영성과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적극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죽는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인다는 근원적인 개선을 올해안에 이뤄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내에 폐지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기여해주셨던 고문님들과 자문위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과 죄송하다는 마음, 함께 표합니다.
한편 우리는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한 추가적 인력 보충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성중심의 인력보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일들을 하기 위해선 배당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사회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LTE 투자와 BIT 투자사업이 완료되어 내년도 투자소요는 현재 4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조정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kt의 경쟁력과 수익력은 내년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어 kt가 꾸준히 추진해온 글로벌 진출 기회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드릴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시도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르완다에서 개최된 TAS(Transform Africa Summit) 기간중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은 해당 정부와 함께 초고속 정보화 고속도로를 만들고 운영할 뿐 아니라 그 고속도로 위를 가득 채울 가상재화, 솔루션 등 화물도 개발해내는 일명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입니다. 이 화물은 e-learning, e-health, e-agriculture, Smart City 등 IT를 활용한 지식산업의 진수들이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식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그들의 경제 사회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통신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접근방법으로, 성공적 경제개발을 간절히 바라는 아프리카에 kt와의 협력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8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가 건설한 초고속 정보망이 얼마나 빠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실히 보여주었고, 전시회를 통해 kt의 역량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kt와 협력해 나가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했습니다. kt와 협력한다는 것은 기존 사업권자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정상들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의 요청으로 저는 귀국길에 케냐에 들러 르완다와 같은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르완다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간다 대통령도 11월 초 미팅을 요청해 왔습니다.
TAS기간중 공동마켓을 형성하기로 정상간에 합의한 르완다, 케냐, 우간다와 남수단이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을 적용할 경우 단순한 통신업이 아니라 우리 한국의 지식산업이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고, 우리는 1억명 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서부 아프리카 지역도 동일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성사된다면 우리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서부까지 관통하는 초고속 정보망을 건설 운영하게 됨은 물론, 이 고속도로 위를 달릴 지식산업은 kt 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꽃피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물은 kt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전체의 지식산업이 세계로 웅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일부는 kt의 몫이 될 것입니다.
또한 르완다 대통령은 ICT를 활용해 르완다의 핵심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kt주도로 연구, 보고해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물론 유상입니다. 이러한 정도로 kt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은 가난을 딛고 경제입국을 이뤄낸 한국 기적의 비결을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하나하나 다져서 계속 진출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유상건설, 상품 수출의 형태로 지출했던 한국이 전혀 다른 형태로 아프리카의 미래에 기여함을 의미합니다.
이미 kt는 DJSI 3년 연속 1위 선정 뿐 아니라 ITU 및 GSMA등 국제기구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다 여러분들 노력 덕분입니다. 이번에 아프리카 정상들이 감명을 받은 것은 직원 여러분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도 밤잠을 자지 못하고 눈물과 땀으로 전시회를 준비해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프리카에서 다시 입증된 kt만의 저력, 르완다의 고위관료들이 극찬할 정도의 올바른 매너와 태도, 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 준 여러분들에게 고개숙여 고맙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러한 여러분들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지난 4년 저를 지탱해 준 자신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우리 k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몇 안되는 대한민국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류 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서 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한 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동안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도록 우리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해 왔습니다.
그간의 일들로 여러분들이 공들여 만든 회사의 이미지가 피해를 받은 점 가슴깊이 사과드립니다. 땀과 눈물로 일궈낸 kt의 역사가,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이번 일로 인해 더 이상 상처를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습니다. 저는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저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제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해 kt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kt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노동조합 간부 여러분, 어려운 가운데 kt의 사외이사를 맡아주신 이사님 여러분, 그리고 주주 및 고객 여러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3년 11월 3일
kt 회장 이석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