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금융감독당국에 자문의 명단을 축소 보고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14개 손보사들은 자문의 관련 자료 제출 과정에서 전체 6187명 중 2118명의 명단을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 누락 자문의들의 자문 횟수는 2만2453회이며, 총 자문료는 35억원을 웃돈다.

손보사 자문의는 사고 발생 시 계약자나 피해자가 청구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정의 자문료를 받고 청구자의 피해 사실과 해당 사건간의 연관성을 의학적 측면에서 자문하는 의사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부터 손보사 자문의가 법원의 신체감정의와 중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행정처에 ‘손보사 자문의 자문 현황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법원 신체감정의는 보험금 청구자와 손보사 사이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해 법원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경우 어느 쪽의 주장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확인하는 의사다.

손보사들로부터 많은 금액의 자문료를 받는 자문의와 최종 결론에 의학적 소견을 제공하는 법원 신체감정의가 동일할 경우 법원 판결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보고 누락 자문의 수가 가장 많은 손보사는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로 무려 1106명에 달했다.

삼성화재가 금감원에 보고한 자문의는 불과 659명으로, 전체 자문의 1765명 중 37%에 불과하다.

동부화재(219명), LIG손보(159명), 메리츠화재(126명) 등 다른 대형사들도 100명 이상의 자문의 명단을 누락시켰다.

나머지 종합손보사들이 보고하지 않는 자문의 수는 흥국화재(97명), 한화손보(78명), MG손보(61명), 현대해상(56명) 등의 순이었다.

김 의원은 “제17대 국회 국정감사 당시의 시정조치 요구로 손보사 자문의와 법원 신체감정의 중복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손보사들의 보고 누락으로 여전히 소비자들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판결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손보사들이 고의로 자문의 현황 자료를 누락해 보고했는지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철저히 검증해 법원 행정처에 전달하는 등 더 이상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